한국교회, '출시 불가 상품' … 신뢰도 하락, 감소 최대 요인

[ <연중기획> 신앙의 대잇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 '호감이 가지 않고 신뢰하기 어려운 종교'

정재영 교수
2016년 03월 09일(수) 13:49

한국의 개신교 신자 수는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1.6% 감소한 이래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당시에 개신교 신자 수가 862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1천만 성도 운운했던 것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다.

그리고 2005년 이후에도 개신교 주요 교단들의 교인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9월 기준 예장 통합과 기성, 기장 등 주요 교단은 전년도에 비해 교인수가 8000여 명에서 4만여 명까지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14년 9월 주요 장로교단들의 교세 현황에서도 지속적인 하락세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교단 통계는 전출 교인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한 교인이 여러 교회에서 중복 집계되어 실제 신자 수보다 상당히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교계 통계에서 신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훨씬 더 감소 폭이 클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개신교 인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지표가 되는 주일(교회)학교 학생 수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앞으로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주요 교단들에서 주일학교 학생 수가 10년 사이에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볼 때 개신교 신자 수는 훨씬 더 급격한 하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까운 장래에 개신교 인구가 반토막 날 것이라는 미래학자의 예측이나 개신교 인구가 천주교 인구에 역전을 당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결코 근거 없는 예측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전체 개신교 인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교인이 줄어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른바 일명 '가나안 성도'의 증가 때문이다. 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을 뜻하는 가나안 성도는 10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는 교계 통계에서 빠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곧 교세 하락을 의미한다.

그런데 2005년 인구센서스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수도권 신도시에서 천주교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에 개신교 인구는 같은 곳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시골이나 지방 소도시 중에는 오히려 개신교 인구가 증가한 지역도 있으나 도시 지역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전체 개신교 인구의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흔히 도시의 합리적인 지성인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종교로 여겨져 온 개신교가 최근에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하기보다는 비합리적이고 '덮어놓고' 믿는 식의 감정적인 종교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도시 지역에서 호소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특성은 가나안 성도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천주교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개신교는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주교 신자의 증가추세는 천주교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할만한 종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곧 교황청과 각 교구의 지휘를 받는 일사불란한 천주교회의 조직력과 결속력, 사제들의 청렴한 아미지, 과거 군사정권 시기에 인권 문제 등에 대하여 천주교회가 조직적으로 저항해 정의로운 종교로 각인된 것이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장례를 조직적으로 돕는 등 관혼상제 의례와 관련하여 유연하고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유교문화에 대한 유연한 입장, 주초 문제에 대한 관대함, 그리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 열린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샀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여론 조사의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거나 선택하고 싶은 종교 1순위로 천주교를 뽑고 있다.

반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실시한 사회신뢰도 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개신교의 신뢰도는 매우 낮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 실시된 조사 모두에서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0%에도 미치지 못했고, 2013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반면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0%에 육박하였고, 5점 척도의 평균 점수는 3.0을 훨씬 밑도는 낙제 점수를 받았다. 선호도나 만족도 조사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50% 가까이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는 호감이 가지 않고 신뢰하기 어려운 종교라는 뜻이다. 신뢰도 조사에 참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시장조사로 비유하자면 개신교는 '출시 불가 상품'라는 말로 조사 결과를 설명하였다.

2012년에 조사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에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도 세 명 중에 한 명 꼴로 기독교 복음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인지도와 선택의지는 비례한다. 상품의 인지도와 구매력이 비례하고 선거에서도 후보자의 인지도와 당선확률은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복음에 대한 인지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이들이 교회에 나오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작용한다는 뜻인데 그것이 바로 신뢰도 하락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믿으려 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느 종교보다 전도에 열심을 내었지만, 개신교는 감소한 반면에 그리 열심히 전도하지 않았음에도 천주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종교 인구 자체가 위대한 종교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현대와 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종교 공동체의 우월함을 일방으로 주장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선택한 종교가 가르치는 바대로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개신교 지도자들은 각 교회 공동체에 속한 신자들이 개신교인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체성은 다른 종교인들을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가지고 있는 종교와 종교 신념을 서로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체성이어야 할 것이다.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교회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도 충실할 때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는 다른 이들로부터 존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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