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낫기보다 주님 뜻 구하라

[ 목양칼럼 ]

강인구 목사
2016년 03월 09일(수) 13:47

한밤중에 젊은 남자가 배를 움켜쥐고 뒹굴었다. 아내는 깜짝 놀라 119에 신고했다. 응급실에서 금방 주사 한 대 맞고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것 저것 검사가 계속되었다. 불안해졌다.

아내는 병원 곳곳을 돌며 검사 받는 남편을 돌 지난 딸을 업고 따라 다녔다. 위암 말기! 기껏해야 한 달 정도 더 살 수 있다는 말에 주저앉고 말았다. 결혼 9년 만에 얻은 딸과 더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던 마흔 한 살 가장에게 내려진 충격적인 선고였다. 더 이상 손 쓸 길이 없다고 해서 집 앞 동네 병원으로 옮겼다.

집 앞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잠시 정신을 차리고 교회 목사에게 전화했다. "목사님, 저희 남편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평소 같으면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을 텐데, 그날따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소식에 절망하고 있을 젊은 부부를 만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을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성령님께서 발걸음을 붙잡으셨다. 계속 기도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확신이 올 때까지! 며 칠 뒤 성령님께서 마음에 확신을 주셨다. 병원으로 달려갔다. 간단히 상황 설명을 듣고 나서, 환자에게 물었다. "집사님, 지금 어떻게 기도하고 계세요?" "주님! 살려 주세요! 이번 한 번만 살려 주시면, 남은 인생은 주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합니다."

환자의 두 손을 꼭 잡고, 두렵지만 성령님 안에서 확신을 가지고 말씀 드렸습니다. "집사님!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전능하신 주님은 죽은 자도 원하시면 살릴 수 있습니다. 낫게 해달라는 기도를 끝까지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렇지만 기도의 절반은 만약 병이 낫지 않고 가족과 헤어지고 천국에 가야 할 상황을 놓고 기도해 주세요. 혼자 남게 되는 아내와 어린 딸이 낙심하지 않고 주님 안에서 잘 견뎌내고, 주님께서 대신 잘 돌봐주시기를 기도하셔야 되지 않겠어요? 또 만약 주님 나라로 불러가는 것이 주님 뜻이라면 감사와 기쁨으로 천국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집사님과 가족 모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죽음을 맞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집사님! 저도 이 두 가지를 놓고 끝까지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중장비 기사로 일하느라 주일도 잘 지키지 못했던 집사님은 목사와 약속한대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목사도 함께 매일 기도했다. 좌절과 절망에 빠졌던 부부는 차츰 안정을 찾았다.

말기암의 고통으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매일 저를 찾아와요"라고 말하던 집사님은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좌우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여보! 예수님 만나러 가게 차비 좀 주세요"라고 말하며 천국으로 가셨다. 남편이 보여준 마지막 모습에 "우리 남편은 천국 갔어요"라며 믿음에 확신을 갖게 된 아내는 힘들지만 더욱 주님을 열심히 믿으며 잘 이겨냈다.

인생을 살다보면 질병뿐 아니라 온갖 문제를 만난다. 그때마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기도한다. 질병 낫기를 기도하고, 직장에서 명퇴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다툼과 분쟁이 해결되기를 기도한다. 그렇지만 한 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믿음으로 바라보자. '문제'를 만드신 분이 주님이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사화복을 주관'하시고, '들의 꽃과 공중의 새'도 다스리시고, 삶에 가장 세밀한 것까지 섭리하시는 분이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인생에 문제를 주신 주님 뜻을 살피는 것이 먼저 아닐까?

주님께서 그 문제를 통해 우리를 훈련하고 연단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렇게 신앙을 성장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자녀를 고난 속에 던져 넣으신 주님께서 아파하시며 우리에게 원하시고 기대하시는 모습이 아닐까? 문제와 고난을 통해 주님께서 기대하고 바라시는 모습으로 신앙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인생문제'라는 훈련소를 퇴소하게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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