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한국교회는 중산층?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3월 09일(수) 13:37

'중산층'. 본래 사유재산을 가지고 있어 노동자 계급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본가에도 끼지 못하는 계층이어서 유래된 명칭입니다.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 되는 사회 집단'이라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刊)은 중산층 개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수원대 철학과 이주향 교수가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프랑스를 예로 들며, 프랑스에선 요리 실력과 다룰 수 있는 악기 혹은 운동 하나 정도는 있어야 중산층이 될 '자격'을 갖춘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저 요리실력만 있어서 되는게 아니라 친구들을 불러 요리 두 세 가지를 직접 만들어 놓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우울하고 적적할 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악기 연주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보는 것 말고 직접 즐기는 운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신문이 있고, 불의한 일에 공분을 느끼며 부정부패에 저항하는 것, 그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 미국 중산층의 조건이기도 하답니다.

프랑스 중산층 기준 중 눈에 띄는 것은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이란 항목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아이를 봐도 그 아이 부모와 다툼이 싫어 외면하고 뒷골목에서 담배 피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갑니다. 프랑스 중산층 기준의 마지막은 바로 유창한 외국어 하나입니다. 취업하기 위해 억지로 배우는 비자발적 외국어 말고, 다른 나라의 삶과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게 되는 자발적인 외국어를 뜻합니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러 '자각 중산층'이라 합니다. 2012년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로는,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 46.4퍼센트에 그쳤습니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설문자 대다수인 98.1퍼센트가 "앞으로 계층 상승은 갈수록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런데 인터넷에 회자되는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은 월급 500만 원 이상, 2000cc 이상 자동차, 아파트는 부채 없이 30평 이상, 예금 잔액 1억 원 이상, 해외여행 연 1회 이상이라는군요. 우리의 중산층 기준이 오직 '돈'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씁쓸할 뿐입니다.

경제 발전 속도에 개인의 정신적 가치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신의 연봉액수가 아니라 누리고 있는 문화와 여가 활동, 사회공헌 등 다양한 방면의 자기 행복을 찾는 가치관이 결여된 대한민국.

그것은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곳에서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나눔과 섬김은 외면한 채, 교회의 건축규모와 교세로 목회의 성공 유무를 판단하고 담임목사 청빙 시 박사학위 유무 등 '스펙'을 따지며 항존직 선거 때도 그가 얼마나 금전적으로 교회에 기여하는지 부터 고려하는 등 목회자와 교인 모두가 말씀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세태…물질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에 걸린 한국교회가 과연 대한민국 사회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까요? 종교개혁 5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있는 지금, 과연 한국교회의 수준을 '중산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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