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연주하면 뇌도 춤을 춥니다

[ 힐링 ] 악기연주가 뇌에 미치는 영향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6년 03월 02일(수) 15:41
▲ 서울YWCA 오카리나 동호회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음악실에 모여 오카리나를 연주하며 기량을 닦는다.

"'투우~' 대신 '두우~'발음으로 오카리나를 불어볼까요? 소리가 한층 맑고 예뻐질겁니다." 서울YWCA음악실에 영화 첨밀밀 OST로 유명해진 등려군의 '월량대표 아적심'이란 곡이 오카리나 특유의 맑은 음색으로 아름답게 울려펴진다. 서울YWCA 오카리나 동아리를 8년째 가르치고 있는 신영희 권사(청운교회)가 단원들의 연주소리를 세심히 들으며 음색을 교정해 준다. 똑같은 악보를 보고 같은 악기로 연주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리듬감이, 어떤 이는 정확한 음표현이, 어떤 이는 곡을 해석하는 능력이 좋다. 각자 자신의 장점을 살려 합주하는 모습에 여유가 묻어난다. 동아리에서 오카리나를 불어온 시간은 각자 다르지만 맑고 고운 '천상의 소리'를 내는 오카리나만큼 55세 이상으로 구성된 회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편안하다.
 
"오카리나를 접하게 되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각자 연습을 위해 집 근처 산이나 강가에 가서 오카리나를 불곤 하는데 새들이 어찌나 모여들며 함께 지저귀는지 그 모습이 볼때마다 귀엽고 신기해요. 새들과 오카리나로 소통하며 자연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색에는 새들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워낙 소리가 곱고 멀리 퍼지다보니 산행을 하다 오카리나 연주를 듣게 된 이들이 소리가 너무 좋다며 한 곡 더 불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 회원들이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한지는 1년차부터 8년차까지 다양하지만 오카리나는 멜로디가 단순해 노년에 새로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다.

서울Y 오카리나 동아리는 병원, 방과후교실, 독거노인을 위한 음악회, 후원행사 때면 어김없이 오카리나를 들고 즉석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오카리나의 장점은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가 편해 어디서든 간편히 공연할 수 있고, 멜로디가 단순해 악보를 잘 못보는 사람도 쉽게 익힐 수 있다. 오카리나는 음역대가 23개 정도로 적기 때문에 오선 안에 그려진 음표만 알아볼 수 있으면 쉽게 연주할 수 있다. 이러한 음악활동은 실제적으로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호주의 아니타 콜린스 박사에 의하면 실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fMRI와 PET스캐너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본 결과 두뇌의 여러 영역에 한꺼번에 불이 켜졌고 멜로디나 리듬같은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 애쓸 때 뇌에서는 마치 불꽃놀이가 시작된듯 여러 영역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음악 연주가가 연주를 할 때 뇌가 마치 전신운동을 하는 것처럼 뇌의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더욱 활성화 되며, 특히 시각, 청각, 운동피질의 활동이 활발해짐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것과 연주하는 것의 가장 명백한 차이점은 음악연주는 정교한 운동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 운동기술은 두뇌의 좌우 반구 모두에 의해서 통제되는데 언어적 정확성과 수학적 정확성을 동시에 요한다. 이때 좌반구의 영향력이 더 커지며 우반구가 담당하는 독창성과 창의성에 더 깊게 관여하게 되며 이런 이유로 음악을 연주하게 되면 두뇌의 뇌량(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해주는 다리)의 부피와 활동이 증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학교에서나 사회생활을 할때 부딪히는 문제를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음악학습을 일정기간 했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뇌의 여러 영역에서 발전을 보였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이면 서울Y 음악실에는 맑고 고운 오카리나 음색이 퍼져 나간다. 서울Y 오카리나 동아리 회원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데 망설이지 말고 동아리로 와서 오카리나 연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권한다. "오카리나 연주를 통해 봉사할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는 회원들의 바람대로 맑고 고운 오카리나 소리가 여기저기서 희망과 기쁨을 전달하길 기대해본다.


 

▲ 김경민 씨는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상담하는 음악치료사이다.

"음악으로 사람들 마음 다독여요"

음악치료사 김경민씨

"뇌를 움직이는 예술인 음악은 뇌의 여러 영역을 한꺼번에 사용하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해 치유를 돕는 힘이 있습니다." 김경민 씨(대구동신교회)는 버클리음대에서 뮤직테라피 학과를 전공하고 귀국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음악을 기반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음악치료사이다. 김경민 씨는 정부기관과 연계해 위기 가정 청소년,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인, 독거노인 등에게 맞춤형 음악심리 상담과 음악치료를 지원해왔다.
 
김경민 음악치료사는 "음감상은 음악치료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음악 활동 중 관찰되는 대상자의 정서, 언어, 음악 기술, 음악적 선호, 성향 등 진단과 평가의 과정을 거쳐 대상자를 분석하고 감상, 악기연주, 노래부르기, 작곡, 작사, 즉흥연주 등 다양하게 적용하며 상담하고 있다"고 음악치료에 대해 소개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통해 내담자와 치료사간에 충분한 신뢰가 쌓이면 폐쇄적이었던 이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이때 음악치료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어요'라고 내담자를 다독여주고 있는 그대로 용납해주는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내면의 자신감을 회복해 사회성이 향상될 수 있다.
 
일반성인의 경우 그룹음악치료를 받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교류하며 비언어적 소통법인 음악을 통해 타인과 리듬과 화음을 만들며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흔히 경험하는 우울증, 대인기피증, 분노조절, 공황장애 등 심리문제가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다"며 음악의 치유력에 대해 강조하는 김경민 씨는 앞으로 음악치료사 과정을 더 깊이 공부해 다양한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교회에서 전문 찬양사역자로도 섬기기 원한다며 희망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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