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전염성과 가난한 삶

[ 연재 ] (2)내과의 최영아의 건강이야기

최영아
2016년 03월 02일(수) 15:01

만성 전염병이란 우리 몸에 병균이 주입되면 단번에 항생제나 다양한 치료로 병균을 박멸할 수 없는 종류의 병이다. 대개는 평생 우리 몸속에 있으면서 염증반응이 심해졌다가 덜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오랜 세월을 통해 조금씩 점점 악화되는 양상을 띤다.

다양한 만성 전염병으로는 주로 만성B형간염, C형간염, 매독, 에이즈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균을 가진 환자들의 체액과 혈액이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주입되는 상황이 주 감염경로이다. 얼마 전 '다나의원'에서 수액주사와 주사바늘 등의 재사용으로 B형간염, C형간염 균이 주사기와 주사바늘을 통해 감염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B형간염, C형간염, 매독, 에이즈의 균은 주로 의료기구들을 일회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재사용하면 잘 옮는다. 또한 한방에서 사용하는 침은 1회용으로 사용하지만, 부항기구는 여전히 간단한 소독처치를 하고 여러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소독은 대개 알콜솜 등으로 부항기구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그 다음 환자에게 사용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소독은 만성B형 간염, C형간염, 매독, 에이즈 균을 거의 없애지 못한다. 제대로 박멸하기 위해선 소독약에 정해진 시간 담그고 소독해야 하는 데 소독약 값도 비싸고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환자들에게 침은 맞더라도 부항기구는 사용하시지 말라고 권한다.

이런 만성 감염성 질환의 유병률은 우리나라에서는 노숙인 등을 포함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높게 발병한다. 가난한 나라의 산모들은 병원에서 분만하지도 않거나 병원에서 분만한다 해도 의료기구들의 제대로 된 소독상태가 확실치 않은 경우가 있고 그러한 나라에서의 대개의 의료기기는 일회용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으로 감염되는 질병의 빈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약물주사제 남용(마약주사제 등)이 늘어나거나 고도의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질병치료를 위해 많은 혈액제제를 늘상 사용해야 하는 혈액관련 질병(혈우병, 재생 불량성 빈혈 등)을 가진 환자들과 교통사고 등으로 크게 다친 경우 병원치료를 오래도록 받고 많은 혈액 관련제재를 장기간 수혈을 해야 하는 경우이다.

만성전염병은 대개 환자와 평생 함께 가는 병이다. 그러나 이 병들은 피를 통해서가 아니면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종류의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낙인을 찍고 일자리를 제한하려 한다.

요즘은 약도 좋아져서 정상인과 별 다를 바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병일 뿐인데 사회의 인식은 점점 차가워지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의학은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사람들의 낙인을 풀어주고 질병이나 장애로 약간 사회적 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사회로 돌아가게 해주는 데 쓰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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