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섬김 실천, 교회 넘어 시대적 요청

[ 오피니언 ] 사회봉사주일 총회장 담화문

채영남 목사
2016년 03월 02일(수) 14:57

총회는 1979년 제63회 총회에서 매년 3월 첫째 주일을 총회사회봉사주일로 제정하여 지키기로 결의 하였고, 이후 지금까지 전국교회가 일제히 하나님의 참사랑으로 세상을 향하여 소금과 빛이 되어 나눔과 섬김의 삶을 실천하는 주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빈부의 격차에서 오는 상실감, 경제적위기, 세대 간 갈등, 이념의 갈등 등 수많은 혼동과 위기 앞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는 좁은 길을 걷는 구도자의 자세를 저버리고 세속화의 대로를 걷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교회에 기대하는 소금과 빛, 사랑과 섬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교회의 존재가치와 대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와 비판 앞에서 우리는 요란한 대안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을 되돌아 봐야할 것입니다. 위기는 오늘 우리 한국 교회의 참모습을 정직하게 보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눔과 섬김, 이것은 예수님이 이 땅에서 보여주신 사랑의 실천을 가장 명확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주님은 이 땅에 오셔서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소외된 자, 업신여김을 받는 자, 아픔이 있는 자들의 곁에서 섬김과 나눔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의 본질은 주님께서 친히 보여주신 나눔과 섬김의 디아코니아 사역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 사역은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전 열방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교회 공동체는 물론 우리가 속한 나라와 지역사회를 강건하게 하는 사역입니다. 이 땅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나눔과 섬김의 실천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과 일터를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 바꾸어 가야할 것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실천은 교회의 사명을 넘어 시대적 요청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가난과 아픔과 상처 한 가운데서 들려오는 이 사회의 신음 소리에 교회는 귀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은 이 부름에 대한 선교적 응답입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교회 밖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에 둔감하지 않았는가 자문해야 합니다. 지역 사회의 아픔이 교회의 아픔이 되지 못하고, 이 시대의 십자가가 교회의 십자가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뼈아픈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이제 교회를 향한 세상의 비판과 조롱에 방어와 변명으로 맞서기 보다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제도와 자본이 품어 안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봉사의 사역을 묵묵히 감당해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지난 날 가슴 속에 열정으로 새겼던 "극히 작은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25:40)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이제는 손과 발로 실천해야합니다.  교회의 사회봉사는 단순히 교회의 여러 목회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역사에 동참하는 본질적 사역이며,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섬김 없이 선교가 이야기 될 수 없고, 나눔 없이 지역사회와 교회가 함께 성장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성장은 곧 한국교회의 섬김의 역사이고, 이 땅의 안녕은 곧 한국교회의 봉사를 분모로 두고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교회는 계속 증명해 가야합니다.

교회의 사회봉사와 책임의식은 날짜로 지정된 특정 기간에만 실천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맛을 잃어버린 소금이 되지 않기 위해 교회는 끊임없이 봉사를 실천하고, 오늘도 계속되는 하나님의 선교 사역에 매 순간 동참을 결단해야 합니다. 총회 사회봉사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교단에 속한 전국 66개 노회와 8731개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하나 되어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고 교회의 대사회적 봉사와 책임의식을 함께 공유하길 기도합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와 성도들로 인해 이 땅이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 세워져 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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