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교회

[ 논단 ]

유경재 목사
2016년 03월 02일(수) 08:56

유경재 목사
안동교회 원로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고자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란 기구가 조직돼 활동하며, 우리나라에도 2009년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조직돼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극심한 양극화와 불안정한 삶,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생태 위기와 차별적 고통의 문제를 해소하는 사회적, 생태적 전환을 실현하는 데 기본소득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미 뉴스에 나온 대로 스위스가 오는 6월 초 국민 모두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11만 원)을 지급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고, 핀란드 중도우파 정부도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8만원)에 달하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브라질에서 시민기본소득제가 2010년부터 실시됐고,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한시적으로 실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감이 한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기본소득제는 꿈같은 이상론으로 여겨져 이를 시행하고자 할 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수없는 논쟁과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타국의 이런 꿈같은 기본소득 논의를 보면서 하나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어야 할 기관으로서 교회가 이런 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체제의 불합리와 약점을 알면서도 개선을 위한 어떤 대안도 없이 그 수레바퀴 아래 눌려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자선을 베푸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교회는 하나님 나라라는 이상을 지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그 나라를 이 땅에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여 예배하고 전도하며, 약간의 봉사하는 것으로 그 사명을 다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 같다. 교회는 이런 안일함에서 벗어나 모순으로 가득한 사회를 극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미리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여호수아의 인도 아래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성전에서 봉사하는 레위지파만 빼고 11개 지파가 제비 뽑아 그 땅을 고루 나눠 받았다. 그러나 이 땅은 하나님의 소유이기에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제했다. 이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땅에 사는 사람은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도록 한 것이며, 그 땅에서 나는 소득은 고루 분배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게 하신 것이다. 이렇게 하신 뜻은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해 저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게 하시고자 함이었다. 

예수께서 산상설교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신 뜻도 기본생존권을 하나님이 보장하신다는 뜻이요 그 바탕 위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그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에 의식주를 염려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의 뜻을 가장 잘 실현하는 제도라 하겠다.

교회가 기본소득제를 지지해야 할 이유는 많다.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자존감을 갖게 할 것이다. 기본소득을 통한 생존권 확보는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신앙과 아름다운 본성을 드러내는 문화를 증진시킬 것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을 확충하려면 전쟁이 없는 평화를 위해 힘쓰게 되면서 남북 평화통일의 길도 가까워질 것이다. 고룬 국민배당을 통해 분쟁과 갈등은 많이 해결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실현될 것이다. 교회가 이런 기본소득 운동을 새로운 선교활동으로 받아드릴 때 교회와 사회가 함께 변화를 이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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