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굿판' 진심 담은 사과 해야

[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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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7일(수) 10:48

지난달 29일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무당들과 역술인, 도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명 '재수굿'을 벌이고 점도 쳤다고 한다. 오는 4월 총선 승리를 기원하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빈다는 게 국회 굿판의 취지였다고 한다.

굿은 보통 무속에서 무당들이 행하는 제의(祭儀)로, 귀신을 불러들여 복을 빌고 재액을 물리치는 무속의례이다. 이런 미신 행위를 개인이 집에서 하는 것도 쉬쉬 하는 마당에 여당인 새누리당 종교위원장인 현역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국회 안에서 버젓이 굿판이 벌어졌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전체 의석에 과반수가 넘는 여당이다. 이런 거대 여당이 코앞에 닥친 4월 총선 승리를 비롯한 주요 국정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무속의 힘을 빌어야 할 정도로 궁색한가. 유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굿에 의존해 받겠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교회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은 21세기를 거꾸로 돌리는 구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교연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서 만일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을 시 4월 총선에서 표로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새누리당은 최고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종교위원장 이이재 의원에게 사과를 하든 해명을 하든 하라고 책임을 떠 넘겼다. 당자사인 이 의원은 자신은 장소만 빌려줬지 모르는 일이라며 굿이 아닌 민속공연이었다고 해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새누리당이나 당사자나 총선을 앞두고 터진 악재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 문단속을 하겠다는 심사이지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 공당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적어도 종교와 미신 행위조차 구분 못하는 당이라는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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