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머무는자리> 무우(無憂) 꽃필 때

[ 문화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6년 02월 17일(수) 10:06

무우(無憂) 꽃필 때

유리로 된 작고 둥근 어항 속은 구피 나라,
물속에서 자다 깨다 내가 다가가면
구피 어린 영혼들은 가만히 다가오지
유리 건너 내게로 다가와
뭐라 뭐라 속삭이며 지느러미 흔들지
아주 작은 꽃씨 같은 눈으로
녀석들은 나를 바라보곤 해
구피가 내 영혼 부근을 서성일 때마다
다정히 말을 걸곤 하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꼬리지느러미 살랑살랑
교감이 이루어진 거지
순간 내 영혼 맑아지는 거야
언젠가 무밭을 지나가다
연보라 무 장다리에 핀 꽃을 만난 후 처음 있는 일이야
장다리꽃을 만난 나는 입가에 미소 지었어
내 안을 환히 밝히며
내게도 연보라 꽃이 피었던 거야
우화를 시작하는 나비처럼 내가 피어나는 거야
문득 콧날이 시큰해져
나는 무꽃처럼 웃지
내게 구피 나라 천사가 다녀간 모양이야

이순주
2008년 기독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한국작가회 회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