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행복하게 할 수 있다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2월 16일(화) 10:54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정말 돈과 행복은 관계가 없는 것일까? 아니, 돈이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일까? 

UN에서는 정기적으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통해 158개국의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취지가 흥미롭다. 인간의 행복은 소득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회적,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제성장 외에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설문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행복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변수는 일인당 소득, 사회적 지원(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기대수명, 인생에 대해 선택할 자유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UN은 2015년에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로 스위스,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등 북유럽 선진국들을 지목했다. 가장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에는 토고, 부룬디, 시리아,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등 소득수준이 매우 낮거나 내전 중에 있는 국가들이 포진했다. 국가별 행복 순위에서는 한눈에 보기에도 UN보고서의 취지가 무색할만큼 행복과 소득의 강한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그러니까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게,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추가로 언급할 만한 것은, 행복순위 상위 10위까지 모두 명목 소득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진 선진국들이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반면 빈부격차가 큰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복지수는 35위를 기록했다. 높은 소득이 행복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소득이라는 기반 위에 개인적, 사회적 네트워크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국가별 행복 순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코스타리카는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높은 행복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득수준(28위)보다는 행복지수(47위)가 크게 뒤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물질적 가치관이 만연한 대한민국이 돈이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심리학에서 행복한 감정과 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한 심리학 실증분석에서는 소득이 증가하면 '긍정적 감정'과 '우울하지 않은 상태' 등 행복한 감정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연봉 7만 달러 즈음부터는 이 행복한 감정의 증가 속도가 느려지고,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태는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성경에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잠 30:9)"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삶에 있어서 우리는 돈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겠다. 행복하기 위해서 적절한 소득기반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돈이 행복의 전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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