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찬송가 갈등 마침표 찍다

[ 교계 ] 법인 한국찬송가공회로 통합, 서회와 예장에 출판권 유지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6년 02월 15일(월) 16:38

설 연휴가 끝나고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공동이사장:강무영, 서정배)와 한국찬송가공회(공동회장:김용도 이기창)가 한국교회에 모처럼 좋은 선물을 안겼다. 찬송가 '출판권'과 법인 '조직 설립' 문제로 갈등과 분열, 대립각을 세워왔던 양측이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1일 찬송가 정상화에 전격 합의한 것이다. 법인과 비법인으로 나뉜 두 개의 찬송가공회는 법인 한국찬송가공회 하나로 통합을 결정했고, 출판권은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10여 년 간 지속된 이른바 한국교회 찬송가 사태는 양측 공회, 그리고 각 교단장의 상생노력에 힘입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관계자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틀이 마련된 만큼 전화위복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기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총회장 채영남 목사(본향교회)는 "100회 총회가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를 주제로 갈등과 분열의 상처를 씻고 화해를 이루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찬송가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화해를 통한 큰 선물을 주셨다"며, "이제 한국교회 찬송가가 하나 돼 교회의 회복과 부흥을 위한 새로운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합의안에 담긴 내용.

찬송가공회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지난 5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의 화해조정에서 최종적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합의 과정을 거치며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다. 그동안 법인 공회 자체가 원천무효라며 투쟁을 불사하던 비법인과 찬송가 출판권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며 완강히 버티던 법인 측은 한 발짝씩 물러섰고, 쟁점을 내려놓으며 찬송가 합의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찬송가 정상화는 급물살을 탔다. 양측 공회 대표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채영남 목사, 합동 총회장 박무용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최부옥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유동선 목사 등 각 교단장이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 모여 잠정합의된 한국교회 찬송가를 위한 '합의서'를 의결, 각 교단장과 양측 공회 대표가 서명하며 합의안을 최종 타결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그동안 찬송가 출판권 문제로 촉발된 대립과 갈등을 종식하고, 각 교단의 관리 감독 아래 법인 한국찬송가공회 체제 하나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합의서를 통해 "(재)찬송가공회는 찬송가의 주인은 교단이라는 점과 교단들이 공적으로 파송한 이사들이 법인 공회를 유지 관리한다는 점을 천명하며 찬송가 저작권과 법인 이사의 파송 및 소환에 대한 정관을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관에는 △찬송가의 저작권리는 근본적으로 찬송가공회 설립 교단들에 있다 △법인 공회의 이사 파송과 소환은 전적으로 교단들의 권한이며, 법인 공회는 교단들의 이사 파송과 소환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외에도 찬송가공회 설립 교단들은 오는 2월 29일까지 각각 이사를 선임해 법인 공회에 파송하고, 법인 공회는 교단들이 파송한 이사를 등재,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해 운영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교단은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별히 21세기 찬송가 중에서 문제가 있는 곡은 수정ㆍ보완하여 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수년간 지속된 수십여 건의 법정 다툼도 모두 취하한다는 데 합의 했다.

이와 관련 예장 합동 총회장 박무용 목사는 "지난 2008년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가 설립된 이후 그동안 교단 간의 갈등이 심화돼 한국교회에 큰 짐이 되었다"며, "법인 공회가 각 교단의 뜻에 따라 저작권 문제와 이사들의 파송 및 소환에 있어 협력하기로 한 만큼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의 연합과 발전이 진일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기감 전용재 감독회장은 "찬송가는 한국교회 연합의 상징이다. 하지만 출판권의 갈등, 법인 전환의 문제로 그동안 연합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한국교회 찬송가가 새로운연합의 모델, 부흥의 발판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갈등의 진원지에서 화합과 통합의 장으로

한국찬송가공회는 지난 2008년 4월 충남도청에 법인 등록을 하며 독립 기구가 됐고, 독자적 권리 행사를 통해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 있던 찬송가 출판권을 성서원, 아가페 등 4개 출판사에 부여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는 찬송가 출판권 소송의 불씨가 됐고, 이에 반발한 일부 교단은 그해 8월 비법인 공회를 만들어 대응 하면서 양 측의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을만큼 확대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는 각 교단을 대표하는 명실공히 한국교회 찬송가 대표 기구로 자리잡게 됐다. 지난 1981년 4월 9일 한국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에 속한 9개 교단이 하나의 한국찬송가공회를 출범한 후 기록한 35년의 역사를 제대로 이어가게 된 셈이다. 한국찬송가공회는 이번 정상화를 계기로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역할을 다시 한 번 감당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합동찬송가, 새찬송가, 개편찬송가를 개별 발행하던 한국교회를 위해 1983년 통일찬송가, 이후 2006년 11월에는 21세기 찬송가 출판감사예배를 드리면서 교회의 화합과 연합을 이끌어 낸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동이사장 강무영 장로는 "'연합하여 선을 이루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한국찬송공회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 같다.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거듭 태어나는 귀한 날이다"며, "한국교회가 하나된 찬송가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

#풀어야 할 과제 남아

물론 찬송가 정상화, 그리고 도출된 합의안 실천을 위해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찬송가를 출판해 오던 일반 출판사 내부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작지 않다. 하지만 찬송가 문제의 당사자인 양측 공회와 갈등의 중심에 있던 교단들이 양보를 통해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희망과 안정감을 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합의안을 내다본 교계 관계자들은 향후 법인 공회의 투명한 운영과 약속 이행이 찬송가 정상화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으로서 수많은 의혹과 비난 앞에서 투명성을 확보해 찬송가공회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타 교단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과 현재 발행 중인 21세기 찬송가의 수정 보완 작업을 위한 세심한 계획과 노력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출판권과 관련된 계약 문제와 인세 배분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찬송가 정상화를 위한 각 교단과 한국찬송가공회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개혁 방향과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 '찬송가' 정상화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이제는 대화와 타협, 양보와 배려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마련하고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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