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으면 좋겠습니다

[ 기고 ]

김태영 목사
2016년 01월 26일(화) 17:12

새로운 비전과 설레임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자기 암시를 통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그러나 두려움도 있다. 연초에 터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불안과 청년 실업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연말 정책 당회와 새해 예결산 공동의회는 대부분의 목회자를 위축시킨다. 외적성장이나 재정적 성장이 퇴보 내지는 침체된 결과물을 가지고 계속 한국교회 전체가 마이너스라든지 지금 부흥하는 교회가 어디 있느냐라는 등 면피용 넋두리는 더욱 자괴감을 준다. 필자의 교회도 겨우 예산을 맞추었고 그 결산을 거의 그대로 새해 예산으로 세웠다. 과거처럼 과감하게 증액할 형편이 아니다.

노회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노회가 속한 교회들의 예산이 줄어드니 자연 노회 상회비가 줄어들고 따라서 노회예산도 감소되었다. 심지어 이웃 노회는 작년 대비 상회비를 전체적으로 10%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면 노회 상회비만 줄이는가?

목회 사례비는 동결되고 선교비, 교육비, 구제비, 관리비는 감액하고 심지어 교역자 숫자를 줄이고 사택을 처분하는 교회도 생기고 관리집사를 그만 두게하고 자구책으로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교회를 관리하기도 하는 교회도 있다. 노회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교회의 숫자가 줄어들고, 지원 예산도 점점 줄어들어서 위원들이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제발 지원액을 줄이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일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한국교회는 단순히 교세감소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숫자와 재정이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텅텅비는 서구 교회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연령별 인구 현황을 보면 50세 전후는 나이별로 남녀 합하여 약 90만명이다.

그러나 1~12세까지 나이별 숫자를 보면 약 40만명으로 기성세대의 절반이다. 교회학교는 점점 줄고, 중년층의 신앙과 헌신도는 떨어지고 그나마 헌신도가 있던 장년층은 은퇴 내지는 곧 은퇴시기를 맞게된다. 은퇴하면 십일조와 각종 헌금이 거의 반 토막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후에는 상상을 초월한 급감이 예상된다. 그 원인은 장수와 저출산이다.

교회 안에 노인층이 많다는 것은 축복이다. 교회를 아끼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기도와 예배 참여율이 높다. 문제는 장수시대가 되다보니 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도 헌금을 줄일 수밖에 없고 교회 건축이나 대형계획에 참여할 수도 없다. 기성세대의 자리를 매워야 할 젊은이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신앙도 부족한데다가 우선 자기 기반도 닦아야하고 자기 쓸 것이 많아서 헌금은 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헌금을 강조하면 교회를 옮기든지 '가나안 성도'가 되고 많다. 총회는 노회와 교회의 어려움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구조를 통폐합하여 과감하게 인원을 감소시키고 총회예산도 절감해야 할 때이다. 교회와 노회는 재정을 줄이는데 총회가 역주행 해서는 안된다.

총회적인 차원이나 교계의 영향력 있는 특별위원들이 심도 있게 의논하여 국가 관계 부처와 협상하여 노인들의 경험, 기술, 지혜를 활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장수시대 대안을 만들고, 젊은 가정을 위하여 교회 시설을 활용하고, 교회안의 여성들을 일정기간 교육하여 아기들을 돌보거나 탁아소를 운영하면 상당수의 교회(타 종교시설 포함)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구가 되리라고 본다. 총회는 개 교회나 노회가 할 수 없는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

목회현장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고 산술적으로 상회비나 올리고 총회헌금 의무제를 만들어서 어려운 교회에 짐을 더 지워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규모 있는 교회는 노회장소, 연합회 장소 각종 총회 장소제공뿐 아니라 식사접대를 해야하고, 노회 상회비, 노회안의 장로회, 남녀선교회, 교회학교연합회, 시찰회 거기다가 지역별로 혹은 전국 단위로 친목회 성격을 띤 선교단체가 얼마나 많은지 수시로 광고비, 후원비를 무슨 맡겨 놓은 것처럼 해마다 달라고 하는데 이것도 이제는 지쳤고 임계점에 달했다고 본다.

노회 섬기기도 벅찬데, 제 살 제 뜯어 먹기식 단체, 남의 주머니 보고 생색내는 대회는 제발 그만하고 그저 임원중심으로 형편대로 했으면 좋겠다. 규모 있는 교회라고 재정이 탄탄한 것 아니다. 대형교회를 비판하지만 그 교회들이 연합사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수많은 기독교 언론, 방송, 신학교, 연합기관, 선교단체가 위축되거나 통폐합 될 수밖에 없다.

사무실에 온 팩스 가운데 '교회 경매 소개'를 보니 영남지역에도 20여개 교회건물이 매물로 나와 있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연일 코스피가 내려가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환율은 치솟고 있다. 새해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지만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고 구조 조정과 경비 절감, 다음세대 양육과 실버세대 섬김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교회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정말 거품을 없애고 좀 더 복음의 본질과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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