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세계지도자대회, 한기총 초청으로 서울서... "왜?"

[ 교계 ] 선교적으론 WEA와 WCC가 가까워, WEA, WCC, 로마교황청 공동으로 선교선언 하기도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6년 01월 18일(월) 17:12

'개종전도 신중하라'는 WEA, 개종전도 금지 반대하는 한기총과 오히려 대척점

 

▲ 2015년 온두라스에서 열린 WEA 세계지도자 대회 모습. 당시에도 WEA 세계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복음주의 선교의 방향성을 진단했다. 사진/WEA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이 오는 2월 29~3월 5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복음주의연맹 세계지도자 대회'를 연다.


WCC와 함께 세계선교를 위해 공동의 협력을 해 오고 있는 WEA가 국내에서 세계지도자 대회를 여는 것은 한국교회의 변화된 위상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각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3년 부산에서 10차 총회를 연 WCC도 2004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각국 교회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실행위원회를 열고 선교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한국교회를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또한 당시 이 실행위원회는 10년 뒤 WCC 총회를 국내에서 여는 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WEA의 이번 지도자대회는 향후 우리나라 선교의 지경을 한층 확대하는 '의미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며, 이미 국내 유치가 한차례 무산된 적이 있는 WEA 총회를 재차 시도하는 데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교회 차원에서 늘 WCC를 비롯해 로마 가톨릭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는 WEA가 2014년 서울 총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의 중심에 바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WCC 10차 총회 반대 행위'가 있었고, 여전히 WCC를 비토했던 한기총의 전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WEA가 한기총의 손을 빌려 국내에서 세계지도자 대회를 여는 것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WEA는 어떤 단체인가
WEA는 1951년 네덜란드에서 영국과 미국, 유럽 등 21개국 대표들이 모여 세계복음주의신우회(WEF)를 조직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갖추게 됐고, 1975년부터 전재옥 교수(이화여대 명예)가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선교위원회와 1980년 이후 브루스 니콜스(Bruce Nicoles)가 이끄는 신학위원회가 사실상의 WEA 정체성의 축이 되고 있다.

선교에 정체성을 두고 있는 WEA는 WCC를 비롯해서 다양한 선교의 주체들과 국제 협력을 해 오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1년 6월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칼 센터에서 WEA는 WCC를 비롯해 로마 교황청 종교간 대화위원회(the Pontifical Council for Interreligious Dialogue)와 함께 다종교세계 속에서 기독교가 세계선교에 대해 가져야 할 원칙을 담은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삼자 간 공동의 선교적 입장을 공유해 오고 있다.

'다종교 세계에서 기독교인의 증거'라는 제목으로 삼자가 발표한 공동문서에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사역 △예수 그리스도를 모방 △기독교적인 미덕들의 실천 △봉사와 정의의 사역 △치유목회에 대한 안목 △폭력반대 △종교와 신앙의 자유 △상호존중과 연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존중 △거짓 증거에 대한 포기 △개종과정에서 신중함 △다른 종교와 관계 증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WEA와 한기총의 협력, "뭔가 어색하다"
2014년 10월 열릴 예정이었던 WEA 총회가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총회의 주빈이었던 한기총이 WCC 부산 총회를 반대했던 전력 때문이었다. 세계선교에 있어서 WEA와 WCC는 절대 대척점에 서 있는 단체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함께' 수행해 가는 파트너인 셈이다. 

실제 WEA는 2011년 WCC와 로마 교황청과 공동으로 발표한 선교 공동문서에서도 '개종전도에 신중하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기총이 전가의 보도와 같이 지지하고 있는 '개종전도 옹호 입장'과는 완벽하게 상반된 부분이다. 오히려 한기총과 WEA가 선교에 있어서는 대척점에 서 있는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과 WEA가 협력하는 모습은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WEA 세계지도자 대회를 위해서 한기총 대표회장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행사비용의 상당부분을 감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매년 열리는 WEA 세계지도자 대회는 실제로도 유치하는 교회가 예산의 상당액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 남미 온두라스에서 열린 세계지도자 대회도 온두라스 복음주의 교회들이 70여 명 참가자들의 체류비와 항공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행사 예산이 1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가 WCC에 이어 WEA 대회에도 거액의 예산을 배정하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복음주의권의 한 관계자는 "WCC 총회 때 이영훈 목사가 깊숙이 참여했던 것과 관련해 말들이 많은데 이번에 WEA 세계지도자 대회를 유치해 WCC 관련성에 대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 다시 후원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EA와 WCC가 동행해 온 선교 사역의 역사에 비춰볼 때 과연 WEA 세계지도자 대회 후원을 통해 WCC와의 관련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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