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희망의 빛

[ 논단 ]

김혜숙
2016년 01월 13일(수) 09:54

김혜숙 목사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

해마다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계획과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계획과 다짐을 하는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현재의 나를 어떻게 훈련시켜 보다 발전적인 미래의 나를 창출할까하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자기개발 욕구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어 오포, 칠포를 말하고 이제는 'N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청년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됐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타고난 배경을 가지고 금, 은, 흙 수저에 비교하는 수저론도 회자되고 있다.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자기개발 열풍은 더욱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자기개발에 성공해 보다 나은 나를 만들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실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우리는 이런 어려운 시대에 외모, 외국어, 학력, 경력 등 스펙 쌓기에만 매진하면 되는 것일까? 그러면 행복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인가?

우리 사회의 한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자기개발 열풍의 위험성을 말해왔다. 개발 열풍은 무한경쟁에 적합한 인간을 만드는데 맞춰져 있다. 타인과의 경쟁시 필요한 자율성과 능동성을 갖춘 사람을 길러냄으로써 모든 것을 개인 중심으로 처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인간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지나치게 자신에만 집착한 나머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사라져, 결국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기적 인간이 속출하게 된다. 모든 문제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살아 남기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교회 내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스펙 쌓기가 한창이고, 자기희생적인 신앙인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타인의 아픔이나 그것을 만들어낸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신자유주의적 경쟁원리는 교회에도 스며들어, 교회들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처럼 열심히 자신을 개발해서 능력껏 살아남으라고 하는 현 시대의 목소리에 교회도 세상과 똑같이 경쟁을 부추기며 따라갈 것인가? 지금 한국교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가?

남극에 살고 있는 황금펭귄은 영하 50도의 혹한을 이겨내고 알을 지키기 위해 '허들링(Huddling)'이라는 협동을 한다. 펭귄들이 서로의 몸을 밀착한 후 수십 수백 마리의 펭귄들이 계속 돌면서, 바깥쪽에서 추위를 막던 펭귄이 힘들 때쯤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펭귄이 바깥쪽으로 나오는 이 허들링을 통해 모두가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런 황금펭귄의 지혜를 우리는 본받으면 좋겠다. 오직 경쟁을 통해 나만, 내 교회만 살아남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공동체를 돕고 또 도움을 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는 '서로 개발'이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즉, 자기만을 계발해 승자가 되겠다는 '자기 개발'의 의지가 아니라, 타자를 돕기 위해 자신을 개발하고 이로써 자기와 상대방 모두가 더 나아지는 '서로 개발'의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는 그래도 공동체성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타인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하겠다. 모두가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더라도 교회만큼은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에 함께 하는 마음과 자세로 예수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본을 따라가야겠다. 그래서 절망적인 세대 속에서도 교회는 모두가 따라가고 싶은 희망의 빛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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