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혜창/지식의 저주

[ 연지동혜창 ]

안홍철 목사
2016년 01월 12일(화) 15:43

심리학에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본래 '사람이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준에 기대어 일반인들의 수준을 예단하게 되고, 그 때문에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는 내용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등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의사소통에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식의 저주에 있다는 겁니다.

스탠포드대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튼(Elizabeth Newton)은 1990년 지식의 저주와 관련된 실험을 했습니다. 뉴튼은 실험 참여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두드리는 자(tappers)'라고 불리는 그룹은 자신이 아는 음악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로 구성된 '듣는 자(listeners)' 그룹은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음악 제목을 대답하도록 했습니다. 두드리는 자는 듣는 자가 절반 정도의 음악을 정확히 대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한참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실제로 정답을 제대로 대답한 것은 120곡 중 불과 3곡, 즉 정답률은 2.5%. 당초 두드리는 자의 예상 정답률 50%와는 천양지차였습니다. 이 실험의 의미는 한마디로 "아는 자는 모르는 자의 심정을 모른다"입니다. 이같은 의미는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엔지니어들은 수 십개의 버튼이 달린 리모콘을 개발해놓고 자기들끼리는 "괜찮다"고 좋아합니다. 그들은 '두드리는 자'로서 복잡한 버튼의 기능과 필요성을 알겠지만, '듣는 자'인 보통 사람들에게는 많은 버튼이 혼란 그 자체인 셈입니다.

지식의 저주에 갇힌 사람들은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알리려고 합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인텔의 혁신전략가였던 신시아 바턴 레이브는 자신의 저서 '이노베이션 킬러(The Innovation Killer)'에서 "조직이 혁신하려면 '임금님은 발가벗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외부인(outsider)을 영입해 혁신을 도모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외부인들을 가리켜 기존 전문가 집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무중력 사고집단(zero-gravity thinkers)'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인 외부인 혁신 성공사례가 에너자이저 배터리로 유명한 에버레디사의 손전등 사업부분입니다. 1950년대 남성 고객을 타겟으로 출범한 손전등은 1980년대 중반 매출 부진에 직면했습니다. 이 때 포장과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는 여성 관리자가 손전등 사업부문에 새로 참여, 수 년간 매출을 신장시켰습니다. 그녀가 한 것은 분홍, 연청색, 연녹색 등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색상의 손전등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성용 손전등을 잡화점에서 판매해 대박행진을 기록합니다.

새해에도 여전히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정작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 밖에서 외치는 개혁의 소리를 좀 더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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