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느웨처럼 주 앞에 돌아와 회개하라'

[ 기고 ]

이창연 장로
2016년 01월 05일(화) 16:44

이 이야기는 어느 중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설가 이철환 선생이 '연탄길'이라는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려 감동을 준 이야기이다.

정태라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학생이 있었다. 정태는 또래 아이들보다 정신연령이 조금 떨어진다. 평상시에도 들어가고 나서야 할 때를 잘 구분 못하는 아이다. 어떨 땐 집에 두고 온 것을 까맣게 잊고 학교에서 잃어버렸다고 그것을 찾느라 야단법석을 떨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모든 친구들을 학교에 남아있게 하는 일도 있었다.

정태는 이런 일로 친구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정태는 언제부턴가 친구들로부터 왕따가 되어버렸다. 반 아이들 중 몇몇은 정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정태를 때리고 울리기도 했다.

하루는 친구들 세 명이 정태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너는 말로는 안 되는 놈이야, 알지?" "오늘은 세수를 시켜 줄게. 똥물로 말이야." 친구들은 정태의 얼굴을 수세식 변기통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고는 힘껏 줄을 당겼다. 변기에 물이 쏟아져 나오자 정태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했다.

"다음에 또 우리에게 피해를 주면 다섯 번 정도 더 세수를 시켜 줄게." 아이들이 키득키득 비아냥거리며 화장실을 빠져 나갔을 때 체육 선생님이 화장실 안으로 들이 닥쳤고 체육선생님은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알게 되었다. 다음날 그 아이들 모두가 학생부실로 불려갔다.

담임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간신히 처벌을 면했다. 담임선생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교실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담임선생님은 다른 때 보다 일찍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고무장갑과 세제를 들고 곧 바로 화장실로 가서 변기를 벅벅 문질러 닦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닦아놓은 변기는 유리처럼 반짝거렸다. 선생님이 한 달이 넘도록 이 일을 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다가왔다.

정태얼굴을 화장실 변기 안으로 밀어 넣은 바로 그 아이였다. "선생님 죄송해요." "네 잘못이 아니다. 모두 잘못 가르친 내 탓이지. 정태는 여기에 얼굴을 담갔는데, 고무장갑 낀 손으로 변기 닦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선생님은 고개 숙인 채 변기를 닦으며 말했다. "정태의 아픔을 생각해 본적 있니?"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너희들은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어. 그러니 선생님이라도 이 더러운 변기를 깨끗하게 닦아 놓아야해. 그래야 정태가 또 다시 이 변기에 얼굴을 디밀어도 덜 더럽고 상처를 덜 받을 테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이내 고개를 숙여버렸다.

고개 숙인 선생님 눈에 물빛이 어른거렸다. 아이의 눈가에도 눈물 한 방울이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이렇게 선생님의 간절한 정성으로 아이들은 정태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고 정태는 그 악몽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었다.

소설 '연탄길'에 나오는 줄거리를 요약한 내용이다. 이 글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는 과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내 주변에 수많은 정태를 보며 담임선생님처럼 손수 변기를 닦아 봤는가? 지지 않으려고 싸우고 헐뜯고 소리 지르고 얼마나 거친 말을 쏟아 놓았는지 셀 수조차 없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워 다시 한 번 무릎을 꿇는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른다.

작게는 개인으로부터 교회, 노회, 연금재단, 총회, 연합사업까지 수도 없이 부딪히며, 망치로 증오의 못을 박고, 창으로 비난을 찌르고, 칼로 얼마나 많이 베어 왔는가. 우리는 위로의 목소리, 평화의 걸음을 걸어가야 한다. 사는 동안 남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음해했다면 하늘나라 가기 전에 들췄던 흠을 덮어주고 헤집었던 상처를 싸매주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용서하지 못하는가.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했다는데 크리스천은 용서하고 잊어버리기까지 해야 한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우리 크리스천이 니느웨처럼 주님 앞에 돌아오는 회개의 역사가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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