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필요한 것, '내 아이 믿어주기'

[ 논설위원 칼럼 ]

안병두 관장 webmaster@pckworld.com
2016년 01월 05일(화) 16:43

필자가 근무하는 구로구립 화원종합사회복지관(한국장로교복지재단 운영)에는 학교밖 청소년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 '꿈이 있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초대 복지관 관장 민경설 목사가 2013년 실험적으로 설립한 대안학교로 이 학교는 배제, 차별 등 경쟁적인 학교현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떠밀려 나온 14~20세 청소년이 실패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꿈을 찾도록 돕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과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는 상관없이 이 작은 공동체 일원인 아이들이 보여주는 포용의 모습은 지켜보는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고, 동시에 부끄러움을 갖게 한다.

성적으로 줄 세우며 경쟁으로 내모는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 학교생활 스트레스로 공격적, 배타적 대인관계 양상을 보이는 다른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따돌림을 당한 아이, 또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된 아이, 가정의 문제들로 학업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아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서 나온 아이들이 초기 학교의 학생들이다.

갖가지 다양한 사연,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이 아이들은 이 작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 제도권 내 학교에서 왕따 피해자, 가해자로 있었던 아이들이 이 곳에서는 형, 언니, 친구, 동생 관계 속에서 서로를 용납하므로 상처를 치유하고 치유받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 작은 공동체에서 서로 포용하고, 함께 격려하며 서로의 꿈들을 찾아가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게 영향을 준 데에는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준 아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학교와 아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해 주시는 분들의 중보, 한사람 한사람에게 관심을 더 깊이 가지기에 유리한 소규모 학교환경, 그리고 경쟁적이지 않으며 협력, 상생을 가르치는 커리큘럼 등의 이유를 들 수 있겠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 한사람 한사람의 맘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길잡이 교사 한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아이들도 이전 학교에서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한 사람 -그 사람이 친구건, 교사건, 부모건 간에- 그 한 사람이 있었다면 학교생활을 중도에 그만두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OECD 국가 중 높은 청소년 자살률을 보이는 오명을 가진 우리는 세상 밖으로 나간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가지게 된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 역시 자신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면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교회가 그 한 사람을 찾을 수 있는, 만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일학교 교사, 사역자들 만이 아니라 교회의 어른들 모두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교회 공간안에서 시끄럽다고 뛰어다닌다고 교회 안의 아이들의 아지트를 닫아버려 아이들이 교회 밖 PC방을 전전하도록 내모는 것이 아니라 환영해주고, 모르는 아이라 하더라도 웃어주고, 기도해 주고, 이름 물어봐주는 그런 작은 행동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이 작은 행동들, 작은 친절들에서 더 나아가 믿음의 다음 세대를 길러내기 위해 지금 교회가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충분히 하고 있는지, 다음세대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 심리정서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와 함께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노력이 지금부터 곳곳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 10:42).

사람들이 예수께서 만져주심을 바라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꾸짖거늘 예수께서 보시고 노하시어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자의 것이니라(막 10:13~14) 그 어린 아이들을 안고 그들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시니라(막 10:16)


안 병 두 관장 화원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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