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도 성찬에 참여할 수 있나요?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주님의 식탁에 나오길 원하는 자, 환영해야

김명실 교수
2015년 12월 16일(수) 15:26
   
 

"비세례자도 성찬에 참여할 수 있나요?" "우리 아이도 성찬을 받을 수 있나요?" 자주 접하는 질문들이지만 목회자들 대부분은 주저함 없이 "세례 후에"라고 답할 것이다. 이는 세례가 늘 성찬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이 원칙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언제, 왜 생겨난 것일까?

박해 속에서 태동했던 기독교는 그 초기부터 주님의 몸과 피를 나누는 성찬에 대해 많은 오해를 받았다. 당시 로마제국이 이런 특이한 의식을 행하는 기독교를 기존의 사회질서를 붕괴시킬 수있는 신흥종교집단이나 정치집단은 아닐까 의심했기에 교회는 신자들의 성찬을 세례 때까지 유보하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교육의 기회로 삼았다. 이것이 선교와 교육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었기에 오늘날까지도 동ㆍ서방 교회의 전통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기독교는 이 전통이 언제나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자각하기 시작했다. "세례를 받을 때까지" 성찬이 금지될 때, 영적인 유익보다는 차별과 소외를 경험한다는 현대인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님의 식탁이 죄인과 소외된 자들을 위한 은혜와 포용의 식탁이었기에, '세례 후 성찬'의 원칙이 율법적으로 적용된다면 기독교 초기에는 효과적이었던 것이 오히려 현대기독교의 선교와 목회에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감리교(UMC)는 이 문제를 "열린 성찬(Open Table)" 제도로 해결하였다.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주님을 사랑하고, 현재의 죄를 회개하며, 이웃과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모든 자는 식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세례가 성찬의 조건은 아니지만, 세례의 무용론을 뜻하지는 않는다. 세례는 그 자체의 의미와 목적이 있으며, "열린 성찬"을 통해 신앙공동체에 익숙해지면 보다 쉽게 세례를 받도록 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미의 개신교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수많은 교단들이 비공식적으로 열린 성찬을 실행하고 있다. 다만 '세례 후 성찬'의 원칙은 지키면서 선교와 목회의 유익을 위해 변화를 꾀하는 추세이다. 미국장로교(PCUSA)도 "주님의 식탁에 나오길 원하는 누구라도 환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열린 성찬의 길을 열어주었으며, 비세례자가 성찬에 참여할 때 세례를 받도록 권하라는 내용이 덧붙여진 조항이 다가올 2016년 총회의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예배규칙서에 삽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교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감리교는 2015년 총회에서 '열린 성찬' 실행을 결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곧 대부분의 한국교회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각 교단별로 이에 대한 신학적, 선교적, 목회적, 그리고 교회연합적 차원에서의 연구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열린 식탁'은 어린이 세례와 성찬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교회 실정에 더욱 절실하다. 물론 어린이 성찬의 길을 여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린이 세례이다. 오순절 순복음교회는 어린이 세례와 성찬을 시행하고 있다.

유아세례의 전통과 신학을 자랑하는 개혁전통이 오히려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성례전 참여의 길을 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유아세례의 실행이 어린이와 청소년 세례의 금지를 뜻하지는 않는다.

유아세례와 어린이세례를 모두 실행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식탁에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주님의 포용적 은혜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상징은 주님의 식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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