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떡과 포도주, 각각 따로 받는 것이 성경적이지 않나요?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성찬은 '주님의 몸과 피'나눔, 방식 논의 소모적

김명실 교수
2015년 12월 09일(수) 10:44

최근에 떡과 포도주를 함께 받는 것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들었다. 성경적 방식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려도 회중 모두가 떡을 먹은 후에 다시 잔을 마셔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찬성례전에서 지키고 기념하고자 하는 것은 '주님의 몸과 피' 그

자체이기에, 이러한 주장은 본질을 비껴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성경 자체가 다양한 분병분잔 방식을 보여주기에 더더욱 소모적인 논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누가복음 22장에서는 예수님께서 잔을 먼저 주시고 빵을 주셨으며, 식사가 끝난 후에 다시 잔을 주셨기 때문이다.

한편, 개혁전통을 자랑하는 교파들 중에는 회중들이 성찬식탁으로 나가는 것보다 회중석에서 떡과 포도주를 받는 것이 개혁전통의 기원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는 교회들이 있다. 하지만 개혁전통의 큰 뿌리인 칼빈 역시 고대교회부터 늘 해왔던 방식대로 회중들이 성찬식탁으로 나와 떡과 잔을 받도록 하였고, 존 낙스도 제네바에 있을 때에 회중들이 성찬식탁 앞으로 나오도록 권장했었다.

그 이후로 스코트랜드와 네델란드의 장로교회들도 이러한 개혁자들의 전통을 이어갔다.  그러나 영국 청교도의 영향으로, 17세기 중반부터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회중들이 앉아서 성찬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로 스코틀랜드 교회는 점점 회중석 성찬을 선호하였다. 이것이 한국 장로교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어느 방법이 옳은가? 거듭 말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주님의 구속적 식탁이요, 신앙공동체의 사귐의 식탁이며, 천국잔치를 맛볼 수 있는 식탁이 보다 더 잘 재현될 수 있을까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분병분잔의 방식에 대해 지나치게 율법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방식들이 시도되어 보다 회중들의 능동적 참여가 극대화되는 기쁨과 감사의 성례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장로교(PCUSA) 예배해설서는 주님이 부르시는 식탁으로 나가는 것을 천성과 천국잔치를 향해 나아가는 순례의 여정에 비유하며, 고대부터 이어져왔고 대부분의 세계교회들이 행하고 있는 주님의 식탁으로 나가도록 권하고 있다. 회중이 많은 교회라도 효과적인 동선을 찾아내어 통로 곳곳에 분병분잔 위원들을 배치한다면 떡과 잔을 회중에게 가져다주는 기존의 방식보다 공간활용과 시간절약 차원에서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분병분잔과 관련하여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회중들에게 나눠주는 떡이 집례자가 식탁에서 회중들에게 보여주었던 것과 동일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리 떡을 잘라놓기 보다는 '떼어 나누어 줌'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분병시 직접 떼어줄 경우에는 반드시 분병분잔 직전에 회중이 보는 앞에서 물수건 등으로 손을 깨끗이 닦는 순서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집례자는 성찬성례전 시작부터 손을 씻도록 한다. 흰장갑을 사용하는 것으로 위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교회 예배학의 초석을 다진 정장복 박사는 성례전에서 흰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세계교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며, 오히려 일본의 예식문화 영향이고 비판했다.

신학적 의의를 담은 토착화가 아니기에 그 비판은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흰장갑을 착용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혹자는 거룩한 성례전에 인간의 손이 드러나지 않기 위함이라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손은 가려야할 부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사역에 동참하는 복된 동역자의 손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 손 그대로 주님의 식탁을 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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