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십자가로 주세요

[ 목양칼럼 ]

신태의 목사
2015년 12월 09일(수) 10:42

올해 우리 교회는 선교100주년 기념으로 개척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개척 후 오늘날까지 많은 분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분들의 희생과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광남교회가 세워졌고, 부족함이 많은 나 자신도 오늘까지 행복한 목양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리스도 안에서 만나 동역자로 교회를 섬기고, 필자에게 큰 도움을 주신 은인들이 생각난다.

그 중에 고 김상만 장로님이 생각난다. 고인은 필자가 교회 개척의 부름을 받고 파송될 때, 당시 고척교회를 담임하시던 김제건 목사님께서 "광명에 사는 분들은 시찰회에서 개척하는 광남교회로 가서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라고 광고 하시자 개척 멤버로 함께 파송되어 나오신 분이셨다.

그 장로님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교회 개척에 온 힘을 기울이셨고, 특히 목사가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면밀하게 섬겨 주셨다. 한번은 교회 행정일을 처리하러 가시다가 교통사고로 실신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분이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시게 되었다. 교회는 은퇴 선물을 무엇으로 해드릴까 의논한 결과 금반지로 해 드리기로 결정하고 금은방에 가셔서 반지를 맞추도록 하였다. 그런데 며 칠 후 장로님이 "목사님 금반지 대신 금 십자가로 만들어 주시면 안돼요?"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의아했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살아오신 분이 마지막에 욕심을 내시는가? 금반지보다 금십자가는 몇 돈을 더해야 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그간의 공로를 생각할 때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 다시 의논해 금십자가를 해 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은퇴식 날 소감의 시간을 드리니, "저 같이 부족하고 죄인 된 자를 구원해 주시고 장로로까지 쓰임 받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그동안 가난한 장로로서 큰 힘이 되지 못해서 늘 죄송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평안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늘 기도했고, 제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로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선물로 주신 이 금십자가에 '아생교회사 아사교회생'(我生 敎會死 我死 敎會生)이란 글귀를 새겼습니다. 그리고 이 십자가를 후배 장로님께 선물로 드립니다" 하시며 전달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참 부끄럽고 죄송했다. 저 깊은 생각도 모르고 마지막에 욕심 부린다고 왜 오해 했을까!

금십자가를 전달 받은 후임 변헌웅 장로님도 3년 전 은퇴식을 하게 되었다. 그 장로님도 은퇴소감 시간에 "이 금십자가를 간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의미대로 살려고 힘썼습니다. 이제 저도 후임 장로님께 이 금십자가를 전달합니다. 이 정신으로 잘 섬겨 주시길 부탁합니다"하시며 전달하셨고, 은퇴기념으로 필리핀교회 건축헌금을 드리며 은퇴하셨다. 지금 그 십자가를 전달받은 후임 장로님 역시, 교회의 평안과 부흥을 위하여 늘 수고하시며 새벽마다 차량운전을 하시고, 교회당 관리와 사찰의 역할까지 감당하고 계신다.

30년의 목회를 되돌아 볼 때, 이런 신앙을 가진 분들이 계셨기에 평안한 교회, 행복한 목회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우리 교우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드린다. "주여! 아사교회생의 목회자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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