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화해의 선교 생명 공동체' 향해 나아갈 길

[ 기고 ] 신학과 정책,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점검

이종실 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5년 12월 09일(수) 10:35

2015년 11월 26-27일 온양에서 열린 총회 세계선교부 정책협의회를 앞두고 우리 교단 파송 선교사들만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페이스북 비밀방인 사이버 공간에서 세계선교부의 '세계선교 생명망 짜기-노회와 현지 선교회 자매결연' 정책을 놓고 많은 의견들을 서로 주고 받았다.

관련 포스팅글들 페이지와 '좋아요'에 참여한 선교사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않았지만 다른 이슈들과 비교할때 상대적으로 그 분량은 적지 않았다. 찬반 의견이 분명히 갈리는 토론에서는 선교사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아, 토론이 더 길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책에 대한 토론은 총회 세계선교부 정책협의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의견들이 표출 될만큼 이 사안에 대해서 많은 선교사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는 우리 선교사들 가운데 세계선교부의 '세계선교 생명망 짜기- 노회와 현지 선교회 자매결연' 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그 비판의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선교부의 정책은 총회-후원회-선교사의 관계로 형성된 우리 교단의 전통적인 해외선교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매우 파급효과가 클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너무나 졸속으로 세워졌을 뿐 아니라, 이 정책이 총회 '치ㆍ화ㆍ생 10년' 정책에 기반을 두면서도 그 신학과 제안을 담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총회 결의에 기반을 두고 나온 한 부서의 정책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하였으며, 전 세계 88개국 천명이 넘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매년 200억원이 넘는 선교비를 지출하는 단체가 내놓은 정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 우리 교단의 세계선교 현장은 우리 교단 총회가 결의한 선교신학과 실제 간격이 있다는 진단을 선교학자가 하고 있고, 선교사 후보생들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 경력이 유수한 교수 선교사들은 훈련 교육과정에서 심지어 '예장 통합 DNA'를 강조할 만큼 우리의 선교 현장은 우리 교단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교단 신학과 그 선교의 정체성 차이로 인하여 갈등하는 선교현장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교단이 결의한 선교신학과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반추하는 과정은 생명의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매우 중요한 '치유와 화해'의 절차이다.

우리의 선교현장은 여전히 복음주의 선교와 에큐메니칼 선교로 양극화 되어있다. 그러나 신학적 차이와 선교사들의 각기 다른 은사와 경험 등 그 어떤 것도 방해할 수 없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를 우리 교단은 '우리의 선교신학'으로 결의를 하였다.

그러므로 총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로 88개국 전세계 선교현장을 반추하고 그리고 하나님의 선교로 우리들의 선교현장을 재구성 재조정하는 정책이 먼저 선결되어야 한다. 그런 후에 노회역시 그 선교를 우리 교단의 선교신학으로 성찰을 하면서 노회의 선교적 경험과 역량을 선교현장과 연결시키기는 정책이 숙고되어야 한다.

특별히 필드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 선교사들은 철저하게 자기 비판을 해야한다. "그동안 자신들의 선교가 '그리스도의 대 위임'을 선교가 아닌 선포의 수준에 머물게 하지는 않았는가?" "우리들 자신들의 삶과 그 활동 현장에 그리스도의 헌신된 제자로 부르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확고한 복음에 대한 믿음이 표현되고 있는가?" "선교현장과 일체화하려는 노력보다 한국교회의 교회성장과 개교회주의에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의 선교활동은 아니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회개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총회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진정 우리 교단 총회가 세계선교와 관련하여 결정하는 모든 결의와 과정 속에 자신들이 결의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가 있는가?" 총회가 우리의 선교신학으로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이심을 고백하는 반면, 자신의 세계선교를 실현시키는 크고 작은 결정의 과정이 그 고백과 거리가 먼 또 다른 인간적 기재에 의해 작동이 된다면 그것은 불신앙일 것이다.

우리는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가 치유하고 화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솔하게 반추와 회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은 이러한 반추와 회개의 과정을 통해서 나와야 한다. 이 과정을 경시하거나 건너 뛴 모든 정책은 모래 위에 세우는 허세에 불과하며 생명의 망을 짜는 공동체의 실현은 구호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이 종 실 목사
체코선교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