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가혹한 동물학대의 표본

[ 힐링 ] 힐링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5년 12월 08일(화) 17:14
▲ 모피생산을 위해 희생되는 야생동물 중 약 20%는 올가미나 강철 덫으로 포획한다. 강철 덫에 걸린 동물의 고통은 자동차 문을 세게 닫는 중 손을 미처 피하지 못했을 때 사람이 받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한다. 나머지 80%는 모피농장에서 좁을 철장에 가둬 사육한다. 야생동물은 하루에도 수 km씩 이동하는 습성을 빼앗긴채 오로지 털을 위해 키워지다 산채로 털이 벗겨지는 등 잔인하게 도륙된다.

겨울은 야생동물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전세계 모피의 75%를 수출하는 중국에서 11월부터 본격적인 모피생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모피산업은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또는 패션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의 인기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해에만 총 1644톤에 이르는 모피가 수입되었다. 모피코트 뿐 아니라 겨울옷을 하나씩 꺼내다 보면 점퍼, 스웨터, 조끼, 외투의 옷의 깃이나 소매에 이르기까지 퍼 트림(fur trim:모자 둘레 등 부분장식 모피)이 장식된 옷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쯤되면 오히려 모피가 사용되지 않은 겨울옷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아름답고 보드라운 촉감이 매력적인 모피. 이 많은 모피들은 어디서 온 걸까?
 
우리나라는 겨울 평균기온이 0~15℃ 사이로 추운 날이 많지 않지만 세계 최대 모피 수입국 중 하나다. 고가의 모피코트를 한 두벌쯤 소장하는 것이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혼수품목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피코트에는 끔찍하게 죽어간 동물들의 아픔이 전제되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고작 모자의 장식이 되기 위해, 패션을 위해 입는 모피로 인해 수많은 야생동물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서서히 죽어간다.
 
모피생산을 위해 희생되는 야생동물 중 약 20%는 올가미나 강철 덫으로 포획한다. 강철 덫에 걸린 동물의 고통은 자동차 문을 세게 닫는 중 손을 미처 피하지 못했을 때 사람이 받는 고통과 비슷하다고 한다. 살이 찢겨나가는 것은 물론 뼈가 부러지는 잔인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1950년대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덫에 걸린 야생동물은 사냥꾼이 올때까지 몸부림치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가거나 간혹 운이 좋으면 자신의 다리를 이빨로 끊어내 탈출하지만 심각한 출혈로 탈진해 끝내 사망하게 된다.
 
나머지 80%의 모피동물은 환경이 열악한 농장에서 대량 사육된다. 야생에서 포획되는 동물의 수로는 모피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어나서 도살되기까지 1㎡의 비좁은 우리에서 갇혀 키워진다. 모피농장의 동물들은 머리를 흔들거나 좁은 우리 안을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반복적인 정형행동, 또는 자신의 다리나 신체의 일부를 물어 뜯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 십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야생동물을 좁은 철장에 가두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 이들이 철장에서 자유롭게 되는 순간은 오로지 모피로 가공되는 순간 뿐이다. 모피의 잔인성은 특히 가공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동물들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진다. 죽이지 않고 산채로 가죽을 벗기는 이유는 사후경직이 되면 뻣뻣해져서 가죽이 잘 안 벗겨지고 손상이 가기 때문이다.
 
매년 수 천만 마리의 동물들이 모피코트와 털 장식으로 쓰이기 위해 희생되고 있다. 밍크, 여우, 수달, 족제비, 담비, 앙고라, 친칠라, 코요테, 라쿤…. 이들은 아름다운 털을 지녔다는 이유로 털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착취당하는 야생동물들이다. 최근 한 뉴스에서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의 모피도 중국에서 장갑, 모자, 악세사리 용으로 가공된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 우리나라는 겨울 기온이 온난한 편이지만, 최대 모피 수입국 중 하나이다. 모피는 여성들에게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부유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독교환경연대 사무총장 안홍철 목사는 "창세기 9장 13절에서 하나님께서 육체를 가진 모든 생물을 자신과의 계약 주체로 인정하시고 언약하셨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생명을 가진 피조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착취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영적 오만함에 빠진 상태이며, 생태적 정의까지 생각해 환경을 지키고 피조물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크리스찬들이 '신앙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화려함과 부의 상징으로 모피를 입는 것은 크리스찬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모피산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피패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취향'이라고 강하게 반박한다. 사람들의 '멋'과 '과시'를 위해 도륙되는 생명들. '패션을 가장한 폭력, 모피' 문제의 본질을 바로 알고 소비자가 모피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의 신음을 줄이는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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