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4성화'와 '동북공정'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12월 02일(수) 09:21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중국인들의 자존심의 원천은 '중화사상'이며, 이 사상이야말로 저들의 골수에 박힌 우월감의 표현이다. 중국 역사를 통해 중원을 통일한 나라는 반드시 팽창주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영토를 확장했다. 현대사에서 티베트를 무력으로 강점한 것이 '서북공정'이고 한반도 이북을 차지하고자 하는 기도가 '동북공정'이며 그 예비단계가 '동북4성화'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아시아에서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주 무대가 한반도이므로 양국은 공히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향권 아래 두고 싶어 하지만, 서로의 이해가 팽팽히 맞서며서 대안으로 채택된 타협안이 분단 상태의 한반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남침 야욕이 억지되는 것도 상당부분 미-중 간의 묵계 때문인 것이다. 
6.25전쟁 당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70만 대병력을 투입한 것도 만주까지 미칠 수 있는 미군의 영향력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으며, 참전의 대가로 백두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국이 영토 확장에 얼마나 집착하는 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북한은 건국 이래 경제적 자립을 실현해 본 일이 없고 늘 소련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공산주의 진영의 패자가 되고자 하는 소-중 간의 경쟁을 이용해 원조를 얻어내는 것이 기본전인 경제 전략이었다. 소련의 붕괴로 대규모 원조가 끊기면서 공산권 최대의 수원국(受援國)이었던 북한의 경제는 재기 불능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중국은 겉으론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이면에선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의 숨통을 터 주면서 영향력을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오늘날 북한의 광물 수출의 95%, 합작기업의 60%, 대외 교역의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연간 50만 톤의 원유 제공과 수 십만 톤의 식량지원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북한 경제는 중국의 동북3성에 편입된, 이른바 '동북4성화'가 상당 수준 진척됐다. 동북4성화는 북한을 합병하는 동북공정의 예비단계인 점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민족 통일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념이다. 

중국이 말하는 '자주적 평화통일'은 미국을 배제한 통일이자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북한 진주를 용인치 않겠다는 복안을 깔고 있는 외교적 수사이며,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에 속하므로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묵시적 의사 표시라 할 수 있다. 

한국과의 외교에서는 중국 특유의 이중성과 모호성을 구사하면서 속내를 결코 드러내지 않는 공허한 개념들로 호도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3성에 주둔하는 선양군구 주둔 43만 병력 중 15만 명을 북중 국경지역에 전진배치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민란이나 정변 등 긴급사태 발생시 북한 당국의 요청에 의해 군대를 보내 사태를 진압하고 동북4성화를 기정사실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철저히 국익과 전략 위주로 대북정책을 수행하되, 한국사회에서 형성되고 있는 '흡수 통일'의 여론몰이를 차단하는 일에도 힘쓰고 한국이 통일 문제에서 중국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중국의 노회한 외교에 현혹된 환상일 뿐이다. 중국인에게는 '중화'는 있어도 '평등'은 없다. 우리 스스로가 '소화를 자처하면서 중화를 추종하던 구습'에 얽매이는 한 한국은 대중외교에서 실패를 자초할 뿐이다.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조-중 동맹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중국이 원하는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는 북한과의 냉각상태를 유지하고, 미국 및 일본과의 패권경쟁을 염두에 두면서 한국을 포섭하기 위한 외교를 추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형대국관계로 불리는 대미외교가 중국 외교의 주축이고, 대한외교는 부차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의 엔드게임이 민란이나 정변 등으로 전개되면 중국의 동북4성화와 동북공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고,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는 연착륙으로 전개되면 상당 기간 한반도 평화공존을 거친 후 민족통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외세가 개입할수록 북한체제는 경직될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준비를 갖추면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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