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K 선교, 어디로 가고 있나

[ 기고 ] 선교본부와 현장의 '양극화'로 소통 부재

조해룡 교수
2015년 12월 02일(수) 09:18

2015년 11월 10~13일 있었던 PCK 미션 서밋 터키대회를 한 페널의 논찬자로 다녀왔다.

15년차 이상 선교 현장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들이 우리 교단 선교의 정책과 방향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선교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모임이었다. 단순히 교제와 화합을 위한 모임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학술적 토론이 진행되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교단의 선교 정책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방향들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가 돋보였다. 또한 선교사 운영 규정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규정 내용에 대한 수정 불가피론이 제시되는 등 열띤 토론이 4일 동안 터키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열기 만큼이나 아쉬움 또한 많은 대회였다. 선교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서는 선교 현장과 정책이 조화와 균형을 통해 충분한 소통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상호간의 긴장 또한 있어야 하는데 선교본부와 선교 현장의 생각 차이가 너무 달라 선교본부의 이상적인 비전 제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대화가 오갔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진정한 성찰이 깃든 정책과 규정은 가장 효과적인 선교 책무를 가능하게 하며, 선교 현장의 정직하고 진실한 선교 책무들은 정책과 규정이 왜 중요한가를 인식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대회였다.

지금까지 우리 교단의 선교 현장을 돌아보면 눈부신 선교 사역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교의 동기는 본질에서 벗어나 있고 너무 개별화 되어왔다. 경제 논리로 선교사의 권위가 결정되었고 사역의 범위와 사역 연수가 리더십을 결정했다. 선교사 자신이 일구어 놓은 선교현장과 사역에 대해 너무 독점화하는 경향이 강했다.

비록 교단이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선교정책를 지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는 마치 '혼자서 가는 길' 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원인들은 선교정책에 기반된 선교사역의 부재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선교부와 선교사들간의 마찰을 불러 일으켜 선교 정책과 선교 사역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 교단의 선교 정체성은 무엇인가? '에큐메니칼을 지향하는 선교', '통전적 선교'와 같이 신학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닌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우리 교단의 선교 정체성은 무엇일까?

우리는 바울의 선교적 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 갈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선교는 선한 싸움을 싸우는 목표지향적인 삶이다. 주께서 내게 주신 길을 끝가지 달려가는 용기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믿음으로 그것을 지켜내는 인내의 영속성이다. 왜 우리는 '십자가를 함께 걸머지는' 선한 싸움을 하지 않는가?

1952년 독일의 빌링겐 IMC의 주제처럼 '십자가를 함께 걸머지는 선교적 몸부림'이 정말 필요하다. 교단의 선교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교단의 선교신학을 새롭게 재고하고, 탈서구화를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가진 선교신학이 점진적으로 나와야 한다. 탁상공론을 통해 만들어진 선교론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신학화 하고 현장에서는 신학적 씨름이 있는 선교가 이루어져 타자와 함께하며 상호 존중되는 콘비벤츠의 선교신학이 표출되어야 할 것이다.

교단과 선교사가 서로 믿고 신뢰하며 존중하는 문화가 결국 건강한 선교를 만들어 갈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그 간격이 너무 양극화 되어 있다. 상호 존중과 신뢰보다는 무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러한 부정의 골이 깊은 간격을 메우기 위해 교단 선교부와 선교사 간의 온도차를 낮추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교단 선교가 한 세대가 지나간다. 그동안 선배들의 피땀으로 일구어낸 교단 선교가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 속에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성공의 스토리들이 담겨져 있다. 스토리가 있는 선교 역사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다시금 계승되고 다음 세대에게 이양하고 전염시킴으로써 선교적 계승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선교는 혼자서 가는 길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길'임을 후배들에게 배우도록 바른 길을 제시해 줘야 한다.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 자신이며, 하나님께서 성취해 가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 십자가를 함께 걸머지고자 하는 진정한 선교적 용기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선교는 하나님의 스토리다. 선교사역은 스토리로 엮어 만든 결과물이다. 내것이 아니라 그분의 것이며 우린 단지 스토리를 엮어 내는 코디네이터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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