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에이징의 첫걸음, 좋은 습관 만들기

[ NGO칼럼 ]

백성희 목사
2015년 12월 02일(수) 09:13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키워드가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동안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었다.

웰빙 바람이 불던 때는 식당마다 웰빙 식단임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의류나 침구류, 일상생활 용품에 이르기까지 웰빙 제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던 시대는 이전에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던 삶에서 보다 더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게 되고 삶의 방식도 육류보다 생선이나 채소를 선호하는 쪽으로 유기농과 친환경제품들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힐링캠프, 힐링여행, 힐링음악. 지금은 힐링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그 만큼 스트레스와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 육체적 쉼과 치유가 필요한 시대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웰빙(Well-aging)과 힐링(Healing)을 넘어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를 반영하게 될 또 다른 키워드는 무엇일까?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경북작은자의 집'에서 생활하고 계신 어르신들의 연령대를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10년 전에는 90세가 넘는 어르신이 한 분도 안 계셨는데, 지금은 20%를 차지할 만큼 높아졌다. 앞으로 4~5년이 지나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다랐음을 실감하게 된다.

2년전 노인학교 지도자 세미나에서 한 교수님의 특강 중에 1958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이 100세까지 살 확률이 50%에 이를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청중들의 반응은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쿠 징그러워, 아이쿠 무서워라'라는 말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지, 아파서 고생하고 치매로 정신없이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하지 않는가! 몇 살까지 살든지 병치레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죽는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그렇다면 웰-에이징(Well-aging), 잘 늙어가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어떻게 나이를 들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은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둬야 할 때가 온다. 나이 들어 시간이 많아질 때 무료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안타까운 노인의 모습이 아니라, 건강하고 가치 있는 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시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멍하니 앉아 계신 어르신을 향해 "어르신! 목사님의 설교 좀 들어 보세요"하면서 텔레비전을 켜 드렸다. 내 생각에는 설교를 듣고 있으면 무료하지도 않고 재미있으며 은혜도 받고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인데 이 어르신은 "정신 사납다. 꺼라!"고 하신다.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찬송을 부르며 기도하는 작은 일 조차 평소에 습관이 안되니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든지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까지는 힘이 들지만 그것이 몸에 배면 쉬워진다.

그러므로 웰-에이징(Well-aging)의 실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 좋은 습관을 몸에 길들이는 일이다. 노년에 필요한 것이 건강이고 돈이며,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이 유익한 것이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를 잘 알면서도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 한두 번 시도하다 그만 둔 경험들이 많지 않은가? 사소한 습관들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있어 습관은 단순히 반복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해, 잘 늙어가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새벽 첫 시간, 하나님께 예배하며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태도를 갖는 것,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신중한 자세를 갖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습관이 되도록 한번 시도해보자.

100세 시대를 대비해서 노후자금을 준비하고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 좋은 습관을 몸에 길들이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백성희 목사(경북작은자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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