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징의 관점에서는 붉은 포도주가 더 적절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44> 성찬성례에서 백포도주를 사용해도 되나요?

김명실 교수
2015년 11월 24일(화) 13:29

빵과 포도주의 종류는 물론 분병분잔의 방식에 대한 질문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특별히 유교병과 무교병 중 어느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빈번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전통적으로 동방전통이 유교병을 사용해온 반면 서방전통은 누룩이 없는 무교병을 사용해왔고, 현대에 이르러는 대부분의 서방전통들도 어느 정도의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를 사용한 부풀린 빵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빵의 종류가 성찬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기에 여기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가 그것에 참여했을 때 구속하신 주님의 몸이 더 효과적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현대예배신학은 성경에서 예수님이 드셨던 바로 그 빵 보다는 성찬에 참여하는 신앙공동체의 문화가 반영된 것을 좋은 빵으로 권장하고 있다. 고무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간혹 이러한 신학을 반영하며 빵 대신 밥을 사용함이 어떠냐고 제안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가 낱알의 밀알들이 반드시 가루가 되어 한 덩어리의 빵이 되어야 성찬의 빵이 될 수 있다는 예배신학적 의미를 확립하였기에, 이것을 반영한다면 밥보다는 한국의 떡 종류가 더 적절할 것이다. 약간의 소금과 찹쌀을 섞은 전통 백설기 떡은 한국적 대안을 찾는 분들에게 적절한 답이 될 수 있다.

빵이든 떡이든, 너무 달거나 향신료 등이 첨가된 것, 혹은 지나치게 부드럽거나 거친 것들은 피하고, 포도주 잔에 담갔다 먹게 되는 경우라면 쉽게 포도주에 녹아버리거나 그것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는 종류도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교회들이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동전 크기의 작은 전병(wafer)은 여러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토착화 혹은 문화화와 관련하여 막걸리 등의 한국 전통주를 사용하자는 견해도 있으나, 이것은 예전에서의 색상징(color symbolism)의 효과를 간과한 것이다. 북미에서 백포도주를 사용하는 교회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색상징의 관점이라면 붉은 포도주가 더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붉은 색의 술이라면 모두 가능하냐고 물을 수 있겠으나, 예수께서 그 자신을 포도나무에 직접 비유하신 것이 우리가 포도주를 고집하는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또한 기독교가 수천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찬에서 유사한 빵과 포도주를 사용한 것이 기독교 성례의 동질성을 지켜올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였기에 포도주를 고집하는 것은 교회연합의 차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알코올에 취약한 사람을 위해 별도의 포도즙을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떡에 참여하는 순서는 신학적 강조점에 따라 교파마다 다르지만, 장로교는 집례자, 분병분잔위원, 회중의 순으로 참여한다. 회중이 직접 떡을 떼지 않고 분병위원이 주는 것을 받는 것이 예배학적 의미에 더 충실하지만, 장의자에 앉아 있는 회중들에게 찾아갈 때에는 이러한 의미를 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직접 떡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 예배학은 집례자 본인도 분병분잔위원으로부터 떡과 포도주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주님의 식탁에서 상호성을 배우며 실천한다는 의미가 반영된 것이다.

한편, 빵과 포도주를 동시에 주는 것이 비성경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으나, 복음서들 속에도 다양한 방식들을 볼 수 있으며, 기독교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교회의 대부분이 빵과 포도주를 동시에 나눠주고 있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김명실 교수(영남신대, 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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