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 믿음으로 껴안기

[ 희망편지 ]

장보철 교수
2015년 11월 17일(화) 16:46
   

스티브 맥커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꽤 유명하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카메라는 주로 인간이 겪는 삶의 현장의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렌즈로 담아내는 그의 사진은 단지 영상 테크닉이 아닌 철학과 종교와 문화라는 담론을 그려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에이즈 걸린 베트남 가족, 911 뉴욕 사태 등등, 인간의 비극을 피해가지 않으며, 더욱이 왜곡된 모습을 담기보다 울부짖으며 아파하는 살아있는 현장을 렌즈로 기록하는데 열정을 품고 있는 사진가이다. 그는 "슬픔을 회피할 수 없다. 인생에는 어려움과 투쟁도 가득하다. 그걸 견뎌내고 살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맥커리의 사진 철학은 상담과 매우 비슷하다. 상담은 단지 내담자가 가지고 온 고민을 해결해주는 일종의 '처방전'이나 '해결책'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희망을 제시해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담자들은 마치 상담가에게 무슨 숨겨놓은 묘책이 있는 것처럼, 상담자의 입술과 눈을 애타게 바라보곤 한다.

내담자가 느끼는 안타까움과 빨리 답을 찾고 싶어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지나온 삶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훨씬 건강하고 넓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이 걸어온 삶에서 경험했던 아픔과 이별과 상실을 다시 꺼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의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야 마는 것이 아닐까.

맥커리는 911 테러 사진을 찍은 후, 5, 6년 동안 꺼내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것을 다시 본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라고 고백한다. 우리들의 삶이 힘들고 상처받고 이해하기 힘들 지라도, 덮어두거나 묻혀둘 수는 없다. 고통스럽지만 다시 꺼내어 들여다 볼 때 희망은 살아 숨쉬게 된다.

하나님은 인생의 문제에 대한 답을 주시는 해결사보다는, 인생의 여정속에서 동행하시며 응원해 주시는 하나님으로 우리가 기억하기를 더 바라실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의 길에서 만났던 당장의 고난과 문제와 해결에 마음의 초점을 맞추었다. 자신들의 삶 자체를 인정하고 껴안지 못하며 불평했으며, 그 결과 함께 써가기를 원했던 하나님의 이야기를 그들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사진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맥커리는 "나는 휴먼스토리를 들려주는 사진, 인간의 조건에 대해 배우게 하고 인간의 삶과 행동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사진을 좋아한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사진작가이기에 앞서 맥커리는 참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2015년이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전히 고달프다 하더라도 각자의 삶의 현장을 몸과 마음의 렌즈로 껴안으며 살아가자. 그때 삶의 통찰력을 갖게 되고, 인생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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