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역사의식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11월 17일(화) 14:13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1807년 독일은 프랑스 나폴레옹에 패했다. 국민들은 절망 속에 나날이 타락해 갔고 사회는 이기심으로 팽배해졌다. 도덕과 정의가 실종된 사회로 전락했다. 이 때 철학자 피히테가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연설을 했다. "독일이 패한 것은 군대가 약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혼'을 길러야 한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당장 실천하자." 


그 후 64년이 지난 1871년, 보불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한 몰트케 원수를 국민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과묵한 몰트케는 말했다. "독일의 승리는 나와 병사들의 공이 아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공이다. 이 모든 영광을 그들에게 돌린다." 

나라의 얼과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역사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주는 이 일화는 모든 국민이 깊이 아로새겨야 할 교훈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인 한반도, 끊임 없는 남침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에 비추어 장차 나라를 지키고 이끌어 갈 젊은 세대에게 국가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역사교육은 온 국민이 뜻을 모아 뒷받침해야 할 국가적 소임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유민주주의 정통성과 한강의 기적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주는 역사 교육은 대폭 줄었으며, 친북 프레임으로 현대사를 이끌어가려는 노력들이 '민주와 자주'의 이름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국민의 안보의식을 제고하고 국가 안정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의 상당수가 안보 확립보다는 선거와 인기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일부 정치인들이 바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주 원인이며, 오랜 세월 은밀히 지속돼 온 북한의 정치공작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국민의 단결과 안보의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교과서가 교육현장을 누비는 것은 모두가 원치않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반공과 안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현상으로 금기시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북한당국이 대남공작을 본격화 한 계기는 4.19학생의거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고 정권이 교체되는 모습을 목도한 김일성은 1961년 9월 당대회시 대남정치공작을 대폭 강화할 것을 지시했고, 특히 남한 국민들의 역사의식, 정체성, 자긍심 등 국민정신을 무너뜨리는데 역량을 집중하도록 했다. 

다행인 것은 북한 위정자들이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을 방치하고 대남공작에 매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한의 반공의식은 줄지 않고 수령독재체제만 힘을 잃고 있는 점이다. 국가 발전의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 오로지 적화통일에 매달려 온 북한 체제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로 보인다. 북한 경제가 붕괴되고, 권력층의 응집력이 동요되고, 부패가 만연하고 공권력이 약화될수록 대남공작 자체가 동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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