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마을 만들기, 지역 교회 하나되다

[ 다음세대 ]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5년 11월 16일(월) 16:39

학교폭력문제, 치솟는 청소년의 자살률 등 사회적 이슈들이 고개를 들 때마다 우리 지역과는 상관없는 '문제학교'들의 골칫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처한 우울한 현실은 다른 마을이 아니라 우리 마을의 청소년들이 처한 실재였고, 다양한 청소년 문제가 타 지역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서울 은평구 내 20여 개 교회들이 지역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게 된 이유다.

지난 2012년 출범한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대표:손달익)는 사회를 건강하게 돌보는 일은 종교가 해야 할 공공지원의 기본영역이라는 데 공감한 은평구 내 교회들이 교단을 초월해 모인 단체로, 학교의 여러 문제들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은평구 내 학교폭력문제와 청소년 자살률이 타지역 평균보다 높았고, 이것은 학교를 넘어 지역 문제임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들마다 굶는 아이들이 많았고, 이 역시 지역의 빈곤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았습니다. 교회가 지역을 좀 더 세심하게 돌봐야 하고, 효율적인 돌봄을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지역사회의 주체들을 연결해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의 울타리 기능을 회복시키는 통로가 되길 원합니다." 대표직을 맡고 있는 손달익 목사(서문교회ㆍ증경총회장)의 설명이다.
 

학교폭력은 예방이 중요하다. 사후약방문처럼 폭력 발생 후 대책을 마련하기엔 피해학생ㆍ가해학생 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 그들이 속한 학교까지 깊은 상흔을 남긴다.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는 이런 점을 감안해, △교사들에게는 교사로서 자기 존중감 회복과 건강한 교제의 장을 제공하는 '공감힐링캠프' △학생들에게는 창의력을 키워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친구들과의 소통ㆍ공감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청소년공감프로젝트' △부모들에게는 자녀와의 소통을 돕는 '찾아가는 학부모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손 목사는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최근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교사는 촌지나 받는 사람으로 매도돼 있어 격려가 필요하다 싶었다. 선생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소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장연찬회(硏鑽會)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 공동체가 교육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다양한 문화ㆍ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는 지난 8월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과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번 협약식은 서울 서부지역 내 학생, 교사, 학부모를 위한 교육사업에 교육지원청과 자치구, 지역을 섬기고자 하는 교회들이 함께 협력하는 모범적인 모델이 됐다는 평가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지난 겨울 제주도에서 열린 은평지역교장 공감힐링캠프에 함께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마임, 색채힐링, 숲걷기 등을 함께 하면서 선생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그동안 학교의 문제가 당사자인 학생에만 맞춰져 있었는데, 그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맡은 선생님들도 많은 상처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치유자가 마음속 깊이 상처를 받고 있다면 학생들 치유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가 선생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어 굉장히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유수한 실력자들이 네트워크화 돼 있는 '좋은학교만들기'가 학교 현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대소사들을 지원해주고 있음을 안다"며, "좋은학교만들기를 향한 지역의 관심이 모인 이런 활동들이 다른 구에도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 사진 왼쪽부터 좋은 학교만들기네트워크를 이끄는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이준성 목사(역촌교회ㆍ기성), 한수환 목사(서영ㆍ합동)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가 출발한 서울 은평구 지역 내에는 초ㆍ중ㆍ고등학교가 64개로 5만명의 학생들이 있다.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학생ㆍ교사ㆍ학부모'가 함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에 동역하고 있는 이준성 목사(역촌교회ㆍ기성)는 "학교현장의 청소년문제는 곧 부모문제이고, 이것은 다시 아이들의 문제, 학교문제가 되는 악순환 구조를 갖게 돼 있다"며, "가정내 부모들을 세우는 교육도 중요하기에 부모들을 향한 인문학교실, 교사힐링캠프 등 청소년의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환 목사(서영교회ㆍ예장 합동)는 "교회가 속한 지역의 문제이기에 교회들이 교파를 초월해 만나기가 더 쉬웠다"며, "공교육을 감당하고 있는 학교가 추락하면 마을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마을이 죽으면 지역에 뿌리를 둔 교회도 함께 죽는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대안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학교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안을 직간접적으로 함으로 학교현장에서 환영받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찾아가는 학부모 인문학 아카데미'는 아이들을 키워가는 주체인 학부모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인문학 교실로 감정코칭과 힐링강의, 음악회, 자기주도 학습법에 관련된 강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 학부모 교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은평구는 물론 다른 광역자치구까지 20여 개가 넘는 학교가 '학부모 아카데미'를 요청해 진행하였고, 지금도 다양한 모습의 학부모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는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교회가 섬기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아이들을 우리의 자녀로 생각하고 교회들이 관심 갖고 힘을 모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이 지역은 메가처치가 없다.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가에 대한 모델이 되고 싶다"며, "우리나라 교육의 어두운 부분을 교회가 책임지고 관심을 갖는 일에 작은 교회들도 할 수 있다는 꿈과 용기를 전국의 여러 지역 목회자들과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의 지원으로 교사공감힐링캠프를 진행한 바 있는 예일초등학교 연구부장 박순용 교사는 "지난 3월 구청으로부터 학생ㆍ학부모ㆍ교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제안 공문이 왔었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좋아 교사워크숍을 힐링캠프로 진행하게 되었고, 참석한 교사들에게서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전하고, "관계자들이 프로그램 협의차 학교를 방문할때까지만해도 교회가 하는 일인 줄 몰랐고, 교회가 기독교라는 종교색을 띠지 않으면서 보이지않게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명받았다"며, "가지고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고 전문적이라 앞으로도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는 다음세대를 세워가고, 세상이 돌보지 못하는 것을 교회가 돌보며 섬기는 것에 의미를 둔다. 지역의 아이를 돌보는 일에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회가 한마음으로 지역사회의 울타리 역할을 자처하면서, 저마다 상처 입고 위로가 필요한 마을의 구성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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