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논쟁, 국민 양극화 행위

[ 논설위원 칼럼 ]

김기태 교수
2015년 11월 10일(화) 16:02

때 아닌 역사 논쟁이 뜨겁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역사책 논쟁이다. 아예 역사 전쟁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웬 과거를 붙들고 논쟁을 벌이느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역사는 결코 과거가 아니라 항상 살아 움직이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역시 역사가 이를 증명해 준다. 과거 역사를 자신들의 입장과 주장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려 했던 시도는 항상 있어 왔다. 때로는 오늘 자신들의 권력과 세력을 공고히하기 위해 이미 죽은 과거 역사 속 인물들을 다시 찾아내 욕보이고 다시 죽이는 일도 역사 속에는 적지않게 기록되어 있다.

조선 600년 동안 이런 역사 미화와 폄훼 그리고 역사 창조는 계속되어 왔다. 그 때 마다 결론은 하나였다. 승자의 역사로 결말이 났다는 사실이다.

즉,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오늘이 있게 한 과거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유혹을 느끼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는 얘기다.

과거 역사 속에서 저질러졌던 잘못이나 실수를 후대에 들어와서 정확이 인정하고 사과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과오는 실제보다 더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공은 보다 부풀리고 미화하려는 시도가 훨씬 많다.

오늘의 역사 전쟁도 이런 우리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대상 만 다를 뿐 자신들이 부각시키고 싶은 역사를 사실보다는 신념을 담아 역사적 사실로 정당화하려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 전쟁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권력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에 있다. 역사 논쟁이 역사책 논쟁으로 전환되면서 진정한 논쟁과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역사가 사실 자체보다는 이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라면 입장과 의견을 달리하는 주장이 서로 맞설 수밖에 없다.

동일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도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역사 해석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된다. 이를 보장하는게 민주주의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조선 왕조도 아니고 유신 독재 체제도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이다. 기존의 역사책 안에 오류가 있으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료 수집이나 탐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객관적 사실에 대한 해석과 평가의 차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 국사 교과서 논쟁으로 나타난 문제는 국민들을 갈라놓았다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해서 국민들을 특정 정치 세력으로 몰아 아예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듯한 행위는 잘못된 행동임에 틀림 없다.

또 반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을 극단적으로 양분화시킬수록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망적이다. 오늘 이시간 진행되고 있는 역사 또한 역사의 한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그야말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단과 행동이 우리 모두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