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 희망편지 ]

장보철 교수
2015년 11월 04일(수) 14:59

상담가가 내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말은 바로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마치 당신 혼자 온 세상 근심과 걱정, 고초와 문제들을 뒤집어 사는 것처럼 너무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런 말들은 상담자가 웬만하면 거의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금기시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도움을 청하러 오는 내담자들을 만나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유독 자기만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 나름대로 문제와 갈등하고 싸우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되고, 그들의 안쓰러운 마음을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떻게 하면 위로와 희망과 살 소망을 다시 찾게 해 줄 것인 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어떨 때에는 "누구나 나만큼 힘들게 살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을 하고 싶은 유혹에 휩싸이게 된다.

나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거나, 남들은 편안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내 인생은 왜 이리도 지긋지긋한 고생으로 가득한 지 한숨만 나온다거나, 우리 가정만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들간의 문제가 있다거나, 우리 교회보다 더한 교회가 있을까라고 한탄만 하는 것은 문제의 근원과 핵심을 놓치게 한다.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나만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이다. 만일 내담자가 이러한 자괴감 속에서 한껏 움츠러든 자신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훨씬 더 가볍게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살면서 부딪히는 고난과 문제들과 싸울 때 우리의 믿음이 약해져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아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회를 등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은 별 다른 문제가 없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워 보이는데, 그래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해온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하는 밀려오는 회의감 또는 자괴감이다.

이러한 순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아브라함과 모세와 요셉 등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이 다 험악한 일을 경험하고 살아갔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고 해서 그들이 아무런 고난과 문제를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두려움, 불안, 결핍, 거짓에 대한 유혹, 자괴감, 낮은 자존감, 고달픈 삶으로 시달렸다.

중요한 것은 삶의 고난으로 주저앉아 죽여 달라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나만큼 힘들게 산다." 형편과 내용과 사정은 다 달라도 나만 힘든 것 아니고, 모두들 이런저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담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누구나 겪는 어려움 속에서 희망과 치유를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공통 분모를 어떻게 발견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남겨진 몫이자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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