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왕국의 '치욕' 십자가 아래에서 회복

[ 기고 ]

김영락 목사
2015년 11월 04일(수) 14:55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10년 연속,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통계도 일년에 약 1만 5000명이 자살했다고 하니 이는 자살과의 '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을 당한 것이다. 일전에 메르스로 우리 사회가 큰 소동을 벌였으나 그 희생자 수는 하루에 발생하는 자살자의 숫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 문제에 대해 둔감함은 우리의 정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자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살하기까지 그 사람이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도 우리가 연민을 보내지만, 남은 가족들이 큰 고통을 안고 이 땅에서 살아갈 그 삶의 무게는 얼마나 클 것인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총회사회부가 발간한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는 자살에 대한 매우 적절한 신학적 입장을 견지한, 목회 현장에서 선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자살로 인한 유가족을 돌봄과 아울러 자살을 예방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교우들은 가까운 가족과 이웃들에게 생명의 그물이 되어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을 찾아내어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깨어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친구관계나 학업에 고민이 있는 청소년들, 실직했거나 사업에 어려움이 있는 장년들, 외롭거나 병약한 노인들, 특히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

생명 구원이 본분인 우리 교회가 교회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생명은 경시되었다. 교회가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희생되는 약자들을 돌보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며, 경쟁보다는 상생의 지혜를 가르치고, 물질적 풍요보다는 이웃 사랑의 미덕을 가르쳐야 한다.

생명이 위협받는 이 상황은 우리 사회가 생명보다는 돈이나 효율을 중시하며 달려온 결과이다. 경제는 성장하여 육신의 배는 채웠으나 영혼은 굶주려 이 비극을 낳았다. 어느 외신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질주의가 팽배함으로 삶의 질이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 사회는 이웃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욕심만을 채워 제 목숨만 구원코자 함으로 모두가 살얼음 판 위에서 경쟁하는 것과 같아 어느 누가 물 속으로 빠질는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성공하고, 건강하고, 부요한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며 치하하고, 실패하고, 병약하고, 가난한 자는 외면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 장애인, 억눌린 자를 위해 오셨으며(눅 4:18), 부요한 자는 화가 있다(눅 6:24)고 하셨다.

주님의 말씀대로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위해 목숨을 내놓으면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온 천하까지도 차지하려는 욕심이 죽음의 문화를 만들어 모든 이의 목숨이 위협받게 되었다.(마 16:24~26)

자살은 삶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서 야기된 것인데 만약에 그들에게 우리를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신 주님을 바르게 가르쳐 주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사도 바울을 비롯한 성인들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의 고난에 동참함을 기뻐했음을 상기시키며, 어떠한 처지에서도 감사하도록(살전 5:16, 공동번역) 가르쳤어야 한다.

한마디로 작금의 사태는 십자가 신앙의 부재에서 온 것인데 한국교회가 이제라도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서 가시는 길을 우리도 따라가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가치관이 바뀌고 영성이 깊어지고, 사랑이 커져서 생명력이 회복되어 자살의 유행병은 설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자살 왕국의 치욕을 받아들이며 교회가 십자가 아래 모여 회개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참된 복음의 길을 갈 때 생명의 문화는 회복될 것이다.

김영락 목사(하늘길수도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