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벤치마킹'한 교회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11월 03일(화) 08:49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어느 다국적 기업의 조직문화를 컨설팅한 적이 있었다. 세계 80개국에 진출한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었다. 최근 들어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길어지고, 결정된 바를 실행에 옮기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 기업의 경영진은 비대해진 공룡이 멸종된 것처럼 경쟁에서 도태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임직원들을 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불황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알기 원했다. 우리는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세계 각처에서 경쟁사는 물론, 훌륭하다고 정평이 난 조직들을 벤치마킹해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오랜 기간 뛰어난 성과를 거둔 장수기업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단체들, 많은 석학을 배출한 연구기관 등 참으로 다양한 조직들을 찾아서 분석했다. 그런데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에는 기독교의 양대 교회도 포함되었다.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교회는 참 경이로운 조직이다. 조직 구성원에 해당하는 수많은 성도들이 월급도 받지 않고 별다른 규율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가톨릭은 수장인 교황의 훈계와 지도사항을 전 세계의 점조직으로 하달하면서 2000년간 강력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개신교회도 500년 전 종교개혁이 시작된 이후 갖은 억압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로 그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특히 개신교회는 중앙집권적 지시가 없이도 각 교회마다 자율적으로 성도들의 참여와 봉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반면, 설립된지 100년이 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포춘(Fortune)이라는 잡지에 의하면 세계 500대 기업의 50년 생존율은 17%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설립한지 30년만 되어도 장수기업의 반열에 들어간다. 어찌 보면 기업의 입장에서 교회의 성공비결이 궁금한 것이 당연하다.

우리 프로젝트에서 시사점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기업과 교회 조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야 했다. 기업과 교회의 공통점은 목표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목표를 사람이라는 구성원을 통해 달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교회는 모두 최소한의 조직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조직을 움직이는 동력과 조직을 유지해주는 규율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기업을 움직이는 동력은 돈이고 그 조직을 유지하는 규율은 경쟁이다. 돈은 이윤, 임금 등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추구하는 바를 환산해 주는 단위이며, 경쟁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교회를 움직이는 동력은 믿음이고 조직을 유지하는 규율은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교회의 구성원들은 믿음에 의해서 움직이고, 교회의 문화는 경쟁이 아닌 희생과 자기 성찰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이 동력과 규율이 작용했기 때문에 교회는 수백년, 아니 수천년간 건재하면서 기업에도 귀감이 되는 조직이 될 수 있었다.

요즘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회 내 믿음과 희생이 상실되어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교회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보다 오히려 사회적 주제를 중요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돈이 동력이 되는 사건들도 간간이 발견하게 된다. 이견이 있을 때 스스로 희생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도태시키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믿음과 희생이 사라지고 세상의 논리로 채워진다면 과연 교회가 기업에게 경이로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는 건강한 조직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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