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청춘이여, 타인의 평가에 신경쓰지 마라

[ 문화 ] 베스트셀러의 사회학 - '미움받을 용기', '지대넓얕'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11월 02일(월) 16:10
   

최근 서점가에서는 베스트셀러 두 권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인플루엔셜 출판사)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한빛비즈)이 그 주인공.
 
'미움받을 용기'는 심리학의 거장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심리학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소개한 책으로, 교보문고 집계로 37주 연속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최고 인기 도서이다. 이 기록은 출판계의 이전 베스트셀러 기록들을 모두 제치는 신기록이다.
 
'지대넓얕'이라는 줄임말로 유명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지난해 12월 출간 후 누적 판매량이 10만 부에 육박하고, 1권과 2권이 동시에 종합베스트 5위 내에 오른 이례적인 기록을 갖게 됐다.
 
베스트셀러는 시대를 반영한다. 그 시기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거나 품고 있는 희망, 혹은 결핍 등을 건드리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권의 책의 이례적인 성공은 우리 사회의 어떠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을까?

#미움받을 용기 "남에게 호평 받지 못해도 의연하라"

'미움받을 용기'는 프로이트나 융과 함께 3대 심리학자로 꼽히나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아들러의 이론을 일본인 기시미 이치로가 인간 본연의 질문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아들러에 관한 책이나 '…용기' 형식의 책이 30권이 넘게 출판됐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아들러의 이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일까? 아들러(1870~1937년)는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로 '개인심리학'을 수립했으며,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 및 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생각했다.
 
'미움 받을 용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업적제일주의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라고 독서평론가 표정훈 교수(한양대)는 분석한다. 자기계발에 대한 반작용, 눈치ㆍ체면ㆍ비교ㆍ업적제일주의 문화에 대한 반작용, 그리고 수직적 인간관계 및 위계적 조직문화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자기계발에 몰두하더라도 결국 사회 시스템 상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더 잘할 수 있다는 대책없는 확신보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는 것. 또한, 타인의 시선과 체면 보다는 눈치 보지 말고 비교하지 말라는 메시지, 수직 관계가 아닌 평등한 공동체성을 강조한 메시지가 지금의 청년들에게 와 닿았다는 것이 표 교수의 설명이다.
 
종교사회학자인 노치준 목사(광주양림교회)는 "타자지향적 사회, 감정노동에 너무 시달리는 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책의 인기를 분석할 수 있다"며 "아들러는 목표지향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상대방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더라도 감정소모를 하지말고 흔들림 없이 가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노 목사는 "'미움 받을 용기'는 제목이 주는 임팩트를 생각해서 지은 것 같은데 다시 말하면 '호평받지 못해도 의연할 수 있는 용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를 다시 신앙적으로 해석하자면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할 때도 옆에서 손가락질 하거나 비웃더라도 흔들림 없이 전진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대넓얕 - 뇌섹남, SNS, 가벼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도 인문학 책으로 1, 2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 순위 5위 안에 포함된 이례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팟캐스트를 텍스트로 정리해 출간한 책으로 35세 무명작가의 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대넓얕'의 인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뇌섹남', 'SNS', '가벼움' 등의 키워드에 집중해야 한다.
 
'뇌섹남'은 '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뜻의 신조어다. 뇌섹남이라는 단어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사회현상이 복잡한 세상에서 비판의식이 있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서도, 사회에서도 필요한 인물이라는 인식에 대한 반영이다. 분야별로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역사 정치 경제 사회 윤리 문화 등 각 분야를 폭넓게 망라해 각 분야가 어떻게 맞물려 오늘에 이르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뇌섹남 선호 현상과 맞물린다.
 
'지대넓얕'은 책이 출간하기 전부터 SNS 팟캐스트 방송을 먼저 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젊은이들에게 홍보 수단으로서의 SNS는 이제 TV 광고만큼의, 아니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대넓얕'에 대해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깊이 있는 지식을 주어야 할 인문학 서적마저 가볍게 다뤄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움 받을 용기', '지대넓얕'의 베스트셀러 리스트 장기집권은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힘든 삶과 이를 극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힘든 시기를 살아내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는 어떠한 사역을 해야 할 지에 대해 큰 질문을 던져주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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