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 물들고, 예술에 빠지고'

[ 문화 ] 가을 단풍과 함께 하는 예술 감상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10월 28일(수) 13:51

단풍의 계절 가을이 왔다. 북쪽 지방에서부터 남하해 온 단풍은 이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1년 중 몇 주간만 경험할 수 있는 이러한 특별한 때에 방 안에만 있는 것은 하나님이 모두에게 허락한 특별한 기쁨을 놓치는 것. 휴가를 내서라도, 휴가를 내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주말에라도, 그것조차 어렵다면 잠시 짬을 내어 가까운 고궁이라도 둘러보라. 곧 다가올 긴 겨울의 삭막함을 견딜 수 있는 추억과 감수성이 쌓일 것이다. 단풍 구경을 나서서 인근 지역의 예술을 함께 향유할 수 있다면 아름다움에 갈급했던 마음의 문화적 목마름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을 것이다. 단풍 구경과 함께 인근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을 소개한다.
 

   
▲ 씨아트뮤지엄의 예수상.


먼저 바쁜 도시 생활 속에 긴 여유를 낼 수 없는 서울 사람들에게는 덕수궁, 창경궁 같은 고궁 만한 곳도 없다.
 
덕수궁의 단풍 속에서 산책을 마친 후에는 덕수궁 내 미술관을 방문하는 게 정석이다. 11월 1일까지 한국 미술의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시'가 전시된다. 관람은 무료.
 
특히 덕수궁이 위치한 서울중구청에서는 10월 31일까지 정동야행(貞洞夜行) 행사를 개최하는데 정동의 역사, 문화시설을 밤 늦은 시간까지 개방해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출입할 수 없는 영국대사관과 캐나다대사관의 정원과 도서관, 성공회 성가수녀원, 경운궁 양이재 등이 문턱을 낮춰 일반 시민들을 초청한다. 오후 6시까지만 출입이 가능했던 시청 별관 정동전망대와 시립미술관은 각각 오후 9시와 10시까지로 관람 가능 시간을 늦췄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오는 11월 5일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주최로 '찾아가는 문화사랑방 ACT- 가을소나타1'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로비에서 무료로 열린다. 덕수궁 석조전에서는 11월 25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성악, 아카펠라, 가곡, 오페라 아이라 음악회가 열린다. 18일부터 덕수궁관리소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120명의 접수를 받는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들은 물 맑은 양평으로 단풍 구경을 떠날 것을 추천한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국도로 오다보면 팔당에서부터 양평에 이르기까지의 강변도로에 맑은 물과 그 주위를 둘러싼 산의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양평은 인구비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예술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씨아트 뮤지엄, 양평군립미술관, 바탕골예술관, 갤러리서종, 봄갤러리 등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하다. 이외에도 양평곤충박물관, 들꽃수목원 등 가족 단위로 방문할 수 있는 시설이 즐비하다.
 
이중 특히 양평군 양동면 단석리에 위치한 '양평 숲속의 미술공원 씨아트 뮤지엄'은 신앙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명소로 추천 1순위다. 5만평 대지에 대규모 조각품 및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에는 특수철강으로 만들어진 가시면류관을 쓴 15m 크기의 예수상이 전시되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이외에도 7.7m 화강석 11개를 모아놓은 작품 '심비-아멘', 7.6m 거석으로 만든 '심비-성령의 열매', 이외에도 산책로를 따라 수많은 조형물들과 70여 점의 시와 명언들이 새겨져 있는 '시가 있는 동산' 등은 아름다운 단풍과 조화를 이뤄 관람객들의 마음을 더욱 촉촉하게 한다. 관람은 연중무휴이며, 관람요금은 성인 7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지역인 강원도에도 자연과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춘천에서 춘천자연휴양림, 소양호, 의암호, 춘천호, 남이섬 등을 구경한 후에는 이상원 미술관과 애니메이션박물관, 춘천미술관, 국립춘천박물관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신앙인들에게 특히 추천할만한 곳으로는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 위

   
▲ 김복동 작 ‘SALVATION 2013-3’.

치한 춘천아가갤러리에서 오는 11월 8일까지 진행되는 김복동 작가 초대전 'SALVATION(구원) 외치는 소리 빛으로 걷다' 전이다. 독실한 신앙인으로 유명한 작가 김복동은 성화 속에 현대인을 등장시켜 또 다른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로크 시대에 사실화 위주의 성화를 그린 세계적인 명화들을 재해석한 김복동 작가는 기독교가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적인 복음의 함정에 빠져 침체기를 맞고 있는 시대에서 예수님의 말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시대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처럼 서울 종로의 인사동이나 북촌, 서촌의 고풍스러운 거리를 걷고 싶은 신앙인이라면 꼭 들러볼만한 전시관 두 곳이 있다. 인사동문화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이즈에서는 정해숙 작가의 10번째 개인전 '구도자의 노래'가, 경복궁 서촌에 위치한 피아룩스갤러리에서는 기독예술인들이 모여 십자가를 향한 자기고백을 작품으로 담아낸 전시인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 전'이 진행되고 있다.

#정해숙 작가의 '구도자의 노래'

자신의 신앙, 특히 구원과 치유의 메시지를 기하학적 도형과 면을 사용해 표현하는 정해숙 작가의 '구도자의 노래'가 오는 11월 3일까지 갤러리 이즈에서 개최된다.
 
'구도자의 노래'의 작가 정해숙은 예술행위 자체를 진리에 이르는 구도의 길로 여기는 예술가로, 참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삶의 형태를 가져야 하는지 묻고 답을 찾기 위한 탐색을 이어온 작가다. 무수한 색면 분할로 시각적 효과를 일으키고 중첩된 색면은 내재적 리듬과 함께 사색적인 공간을 낳고 있다. 기하학과 면을 사용하는 작가들은 질서와 규율에 얽매여 자유스러움을 잃어버리기 쉬운데 정 작가의 작품은 밝고 자유로우며,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 작가는 "내 작품 속에 있는 정신적 투영의 공간은 영혼의 소망을 함축하는 공간"이라며 "우리를 구원해 주시고 치유해주시며, 인도해주시는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천국으로 나아가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한다.

#심상용 교수가 기획한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

기독예술인들이 모여 십자가를 향한 신앙적 고백을 작품으로 담아낸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전'이 피아룩스갤러리에서 오는 11월5일까지 열린다. 심상용 교수(미술사학박사ㆍ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강지웅, 심정아, 정경미, 하민수 등 9명의 작가들이 회화, 사진, 입체, 설치 등 다양

   
▲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전에 전시된 허은영 작가의 Cross

한 예술 장르를 통해 자신의 십자가의 신앙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기획자 심상용 교수는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는 한사코 거부하고 하나님은 한결같이 사랑하시는 불공정한 사랑이며, 우리의 사랑을 구걸하기까지 하는 천박한 은혜"라며 "그런 사랑이 아니고선 결코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는 존재가 우리 자신이기에 우리는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획전의 의미를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 중에는 작품과 함께 작가들의 신앙과 그들의 신앙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이 함께 상영되는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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