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손길 모르는 어리석은 '우리'

[ 예화사전 ]

안현수 목사
2015년 10월 27일(화) 15:39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참새 대가리'라고 놀린다. 그만큼 새의 지능지수가 낮다는 의미다. 조류 중에서도 특히 머리가 나쁜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돼 있는 것은 닭과 참새다. 닭보다는 참새 머리가 더 나쁜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을 실감하는 경우를 나는 가끔 경험한다. 내가 섬기는 교회 3층에 있는 서재에서 말이다. 서재 창문 밖 바로 위에 참새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서재에 앉아 책을 보거나 설교를 준비하노라면 수시로 집을 드나드는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떤 날은 시끄럽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싫지는 않다.

언젠가 책을 읽다가 문득 성 프란시스를 닮아 보기로 했다. 창문을 열고 빵조각을 손바닥에 얹어 창밖으로 내밀었다. 새들이 와서 쪼아 먹기를 시도해 보았다. 아직 영성이 부족해서인지 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집만 드나들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가끔 그들 중에 하나가 어떻게 들어 왔는지 내가 서재에 들어서면 서로가 놀랄 정도로 갑자기 나타나 이리저리 푸득 거리며 서재 안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면 불쌍한 생각에 창문을 열고 새를 유인해 내보내려고 하지만 역시 새 대가리라 더 깊은 서재 안으로 놀라 도망을 치는 것이다. 자기를 구원해 주려는 손길도 모르고 말이다.

그럴 때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그래도 여러번 시도하지만 내 의도를 모르는 참새는 더욱 요란을 떨며 계속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 지쳐 포기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려면 이 녀석이 다시 서재를 누비고 다닌다. 이번에는 현관문까지 열어 놓았지만 새 대가리라 찾지도 못하고 계속 좁은 공간에서 요란하게 공중비행을 한다. 그런 참새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언젠가 읽은 책 중에 "삶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의 내용이 생각났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한국신학대학 학장을 역임하신 김정준 목사님의 이야기다. 그분이 젊은 시절 결핵에 걸려 마산 결핵 요양소에 갔을 때였다. 병세가 너무 심각해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영안실 바로 옆 입원실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느 날 병실 창문으로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한다.

내 서재에 들어 온 참새처럼 나비도 들어오긴 했는데 나가는 곳을 몰라 창문에 계속 부딪치는 모습을 보고 김 목사님은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생각해 침대에서 힘들게 일어났다. 나비를 창밖으로 내 보내기 위하여 나비에게 다가 갔지만 나비는 자신을 해치려는 손으로 알고 더 심하게 날개 짓을 하며 난리를 치더라는 것이다.

여러번의 시도 끝에 결국 나비를 창밖 자유로운 세상으로 내보냈지만 김 목사님은 그 일을 통해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비를 보면서 하나님이 무지한 자신을 도와주시기 위해 사랑의 손길을 펼치셨지만 그동안 그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온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은혜와 사랑도 모르고 살아온 참새와 나비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새 대가리와 같은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계속해서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계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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