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지 말고 익어가자

[ 목양칼럼 ]

이상진 목사
2015년 10월 27일(화) 15:34

금년 초에 들은 이야기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신경이 쓰이고 뭔가 계속 생각해야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거기에다 근래에 들리는 소식은 도를 넘은 것 같아서 결국 무릎을 꿇을 때마다 그 때 들었던 이야기와 소식들을 가지고 기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요즘에 와서 정리되어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내가 들은 이야기들은 이렇다. 연초에 목회자 모임이 있었는데 선배 목사님이 설교 중 "교회의 적은 교회이고 목사의 적은 목사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 선배가 그동안 얼마나 교회와 목회자를 통해 상처를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말할까?'하는 생각을 하고 넘어 갔다.

그런데 이후에 또 다른 집회에서였다. 이번에는 수도권에서 시무하는 대형교회 목회자였는데 강의 중 자신은 교회에 부임하여 오늘까지 고소, 고발을 52번 당했다고 하면서 너무 많은 고소, 고발에 시달리다보니 '고소'라는 글자나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고소미'라는 과자도 요즘은 안먹는다는 것이다. 그 목회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느 날 교회에 들렸더니 80세가 넘은 항존직자 한분이 사무실에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웬일이시느냐'고 인사하고 나니 시비하듯 말을 하여 그동안 참았던 것이 터져 나오듯 자기 입에서 "사탄아 물러가라"하였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그 항존직자는 얼굴빛이 창백해지고 손을 부들부들 떨더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 하였다.

난 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한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80세가 넘은 은퇴한 그 항존자는 도대체 어떻게 하였기에 평생을 예수 믿고도 그런 말을 혹은 그런 봉변(?)을 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근래에 와서는 과거에 듣지도 못했던 심지어 험악한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였다. 그러다보니 내 심기가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신경이 쓰여서 얼마 전부터는 무릎 꿇을 때마다 '왜? 난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인가? 이런 소리를 통해 주님이 내게 세미하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기도했다.

그러다보니 나의 개인 기도 시간이 이런 것으로 채워져 갔다. 그리고 때론 '과거의 상처는 오늘의 별이다'라는 친구의 말도 생각나고, 때로는 나도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인데 나는 익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늙어 가고 있는가?하고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다 히브리서 12장 1~3절 말씀을 묵상하다가 몇가지 깨닫고 다짐과 결단의 기도를 올렸다.

첫째는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에 최선을 다하되 절대 늙어가지 말고 익어 가자고 다짐의 기도를 올렸다. 사람들은 세월따라 늙어가다보니 인지도가 떨어지면서 인지부조화 현상을 일으켜 예수님이 가르쳐준 믿음의 언어, 생명의 언어가 아닌 모순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을 닮은 것이 아니라 사탄을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둘째, 같은 이야기인지 모르나 여러사람 앞에서 본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결심하고 다짐의 기도를 올렸다. 본이 된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목사님처럼 살면 예수님 만날 수 있고 목사님처럼 목회하면 성공적인 목회자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난 아직 자신이 없다. 그리고 이대로 늙어 간다면 냄새나고 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늙어가지 않고 익어가기 위해 나는 예수님을 본받으며 믿은 자들에게 본이 되도록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해 본다. 저 도계마을 도로변에 있는 잎은 떨어져도 가지에 달린 진노랗게 익은 홍시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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