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불 받으라!

[ 목양칼럼 ]

이상진 목사
2015년 10월 20일(화) 10:33

필자는 요즘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그리고 묵상을 하다보면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왜 이러지?'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한다. 다름 아닌 기도생활에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고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할 때의 기도생활이 종종 생각난다.

필자가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할 때는 1년에 두 차례 부흥성회가 있었다. 그때 부흥강사들은 '성령충만 받아라' '성령의 은사 받아라' '성령의 불 받아라'는 주제로 성령론을 강조했다.

그래서 성령의 은사 특히 방언의 은사를 받기 위해 일주일 내내 열심히 기도에 힘썼다. 하지만 부흥회가 끝나는 토요일 새벽까지도 방언의 은사를 받지 못했다. 나는 속상해서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얼산 기도원가면 누구든 방언을 받을 수 있다는 어느 권사님의 말씀, 심지어 그곳에 가면 강아지도 방언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 간 시간을 내 그 기도원을 찾았다.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이 모였는지 거기에다 하루 세 번씩 집회를 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말씀을 듣고 찬송하고 통성으로 기도하는지 기도원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나도 그 틈에서 방언의 은사를 달라고 목소리를 높혀 통성으로 기도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토요일인 내일이면 집에가야 하는데도 방언은 터지지 않았다. 답답하기고 하고 초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옆에서 방언 기도하는 모 권사님께 "권사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 방언받아야 하는데. 낼은 가야하는데요"라고 했더니, 권사님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안되면 소나무 한그루 뽑아야 합니다. 오늘 밤 날 따라 오세요."

그래서 밤에 따라 나섰더니 기도원 뒷산이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정말 소나무 가지를 붙잡고 기도하였다. 주변에 산기도하는 분들이 있어 무섭지는 않았으나 겨울이라 추웠다. 춥기에 더 몸을 움츠리고 힘을 쏟아 소리치며 기도했다. 얼마나 기도했을까. 머리 끝이 찡하는 느낌과 동시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나도 알 수 없는 소리가 내 입에서 터져 나왔다. 방언이 터진 것이다. 너무 기쁘고 기뻤다. 그리고 방언기도 끝내면 다음에 방언기도 다시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계속 기도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도소리들이 그치고 나 혼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기도를 마무리하고 주변을 살피니 나만 남았고 내가 앉았던 자리는 내 몸에서 나온 열기로 바닥에 깔았던 신문이 바닥에 녹아 붙어 있었다. 이렇게 방언을 받고 나니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방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방언도 못 받고 무슨 성도야', 심지어 '무슨 장로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서야 그것이 곧 나의 교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이런 체험을 한 까닭에 목회자가 된 후에도 '성령충만 받아라', '성령의 은사 받아라', '성령의 불 받아라'는 설교 제목을 보면 마음이 뜨거워지고 나도 이런 제목으로 설교를 하곤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생활이 기도이다. 무릎만 꿇고 성령충만이나 은사만 바라기 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자기사명을 다 하다보면 성령님도 임하시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 속에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근래 지역의 현안이나 노회, 총회의 일을 한다고 바쁘게 활동하다 보니 무릎 꿇은 시간도 많지 않다. 더구나 그 많지 않은 잠깐의 시간 조차 모두에서 밝힌 대로 이전 같지 않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인다. 왜일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 성령충만이 필요한 것 아닌가? 다시 성령의 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나를 향해 다시 외쳐본다. 성령충만 받아라! 성령의 불 받아라!

 

이상진 목사(황지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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