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힘 모으면, '불가능'이 '가능'으로

[ NGO칼럼 ]

정시몬 목사
2015년 10월 20일(화) 10:03

재식이는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이 된 인화원 출신이다. 고아이고 청각장애인인데 정신분열병이라는 질병까지 있다. 인화원 문제가 한참일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재로 재식이를 만났다.

최근 재식이가 시름시름 앓더니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곳은 화장실에 갈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을 그 안에서 해결한다.
두 달 정도 그렇게 지내고 집으로 와서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 바로 화장실 가는 것이다. 신호가 오면 그냥 그 자리에서 해결 해버린다.

아무 곳에서나 실수를 하는 35세인 재식이를 보면서 나도 똑같이 정화되지 않은 마음과 언어와 표정으로 상대방에게 영적 배설을 쏟아내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기대 앞에 무너진 인내의 한계과 무기력함, 지침을 틈탄 분노와 화를 참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배설해 버리는 안타까움.

우리의 인생이 바다와 같기에 크고 작은 풍랑이 늘 다가온다. 그럴 때 해결되지 못한 감정들 속에 누구나 영적인 노폐물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좌절된 분노, 위장된 자아, 뒤 틀어진 마음,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이것들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사람들 앞에서 쏟아내는 것이다.

영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뒤돌아 볼 때, 우리의 영적 노폐물들은 꼭 영적화장실 곧 기도의 골방으로 애써 찾아가야 하는데 내면의 노폐물들을 어디에 버려야 할지를 모를 때가 많다.

성경을 통해서 볼 때 예수님도 한적한 곳, 조용한 곳,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가셨다. 제자들을 두고 홀로 깊은 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어디론가 따로 가셨음을 보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곳에서 오직 성령하나님 하늘아버지 앞에서 깊은 내면의 아픔을 토로하시고 쏟으시지 않으셨을까? 땀방울이 핏방울 되도록 고단한 마음, 지친 몸과 영혼 올려드리지 않으셨을까?

맑고 강건하게 회복되고 참 쉼을 얻으셨던 주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도 그 분 앞에서 내면의 깊은 아픔을 토설하고 위로부터 임재하신 거룩한 영으로 부음 받는 위로와 평안으로 다시 일어서야 함을 깨닫게 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 28절 말씀을 통해 주님의 나라를 보듬고 누리고 나누어야 한다.

중증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한결 같은 심정은 '내가 너보다 하루 더 살고 죽어야 한다'이다. 아이들이 몸은 성장해 가지만 지적인 부분이 자라지 않아서 당연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대소변 문제이다. 잠깐 스치는 사람들은 안타깝다며 이해해 주는 모습이지만 부모들의 심정은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교육은 더욱 강해지고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정작 사랑으로 양육해야할 부모가 가장 위험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 앞에서 배설의 실수를 하고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영적 배설의 실수를 한다. 그렇기에 장애인 사역에서 직업재활시설이나 주ㆍ단기보호, 공동생활가정 사역은 매우 중요하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로부터 떨어져야 한다.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워서 독립해야 한다.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전문 사회복지사의 돌봄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장터 사회적 협동조합이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은 가장 기본은 장애인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수익창출을 통해서 주간보호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 가족들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협동조합의 힘이라고 본다. 서로가 힘을 모아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대학시절 두 형제가 같은 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형님은 휠체어를 타야하는 장애인 이었다. 동생은 늘 형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강의실에 데려다 주었다. 우연히 휠체어를 탄 형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동생의 시간을 많이 소모해버리게 하는 듯 해 너무나 미안하다는 고백을 들었다. 때 마침 로또 복권이 유행이었는데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학교에서 천사모금운동을 벌렸다. 전교생들과 직원들이 한 사람당 2000원을 기부해 전동휠체어를 장만, 축복의 다리가 되어주는 행복한 이야기를 공유하게 되었다.

장터는 사회적 약자에게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이것은 단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넘어서는 공동체 정신이다. 우리민족도 좋은 공동체 정신이 있었다. 두레, 품앗이 등등. 이러한 좋은 정신들이 협동조합과 만나서 우리 민족만의 협동조합이 나온다. 이 좋은 공동체와 기독교정신이 마나면 중증장애인들의 숙원사업인 진정한 독립이 가능할 것이다.

 

정시몬 목사(거룩한빛광성 재단법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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