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와 청년 실업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10월 20일(화) 09:59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장년 일자리는 이어주고, 청년 일자리는 열어줍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정부의 홍보 구호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일정비율 삭감하는 개념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50대 이상 고령층의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정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면 임금피크제가 청년 실업도 완화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금의 기능을 살펴보아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임금은 노동의 생산성을 의미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업은 임금이 노동생산성과 같아지는 수준까지 사람을 고용하게 된다. 만일 노동의 생산성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업들은 고용을 꺼리게 돼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즉, 임금이 노동의 생산성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정해질 수 있어야 비로소 적절한 수준의 고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매우 경직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근무 연한에 따라 직책과 호봉이 상승하는데,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입사 30년차 직원의 임금은 신입사원 평균의 3.5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경험과 연륜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문이 있겠지만, 생산성이 이토록 가파르게 상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근무 연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임금이 높게 형성되는 현재의 임금구조하에서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들에는 고용을 축소하려는 강한 유인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반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면 정년 연장 시점의 인건비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게 돼 기업들은 경력직 장년층의 고용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정부가 기대하는 바와 같이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기업들이 청년들을 고용하는데 우선해 고려하는 변수가 신규 입사자의 임금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변동되는 경력직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취업을 앞둔 청년층의 노동생산성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임금피크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기업들이 청년 고용을 확대할 이유는 별로 없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을 신규 고용의 확대에 지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의 여파로 기존 근로자를 계속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의 총비용이 절감되리라고 보기 어렵다. 혹, 절감된 재원이 있다 하더라고 기업 측면에서 자발적으로 청년 고용을 늘릴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는 장년 일자리는 이어주지만, 청년 일자리는 열어주지 못하는 절반의 효과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여러 경제 제반 여건들을 고려할 때 우리 청년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용 절벽'에 처할 것이며 특히 대기업에 취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의 역할은 뛰어난 능력과 스펙으로도 취업에 실패하는 청년들을 어떻게 끌어안느냐는 데 있다. 과거에는 사회에서 좌절하고 절망한 청년들이 교회로 돌아왔다(적어도 필자의 경험은 그랬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청년들은 사회뿐만이 아니라 교회서도 겉돌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고용 문제에 직면한 청년들을 교회 차원에서 지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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