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권하는 세상, 희망으로 답하자

[ 희망편지 ] 희망편지

장보철 교수
2015년 10월 19일(월) 13:48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소설가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서 집나가는 남편을 뒤에 두고 외치는 아내의 탄식소리이다. 일제 식민시대 지식인의 표상인 남편. 그러나 배운 것을 발휘하지 못하는 당시 사회에서 방황하는 남편, 그런 남편과의 절망적인 갈등을 빚고 있는 못 배운 아내. 남편은 자신에게 술을 권하는 이는 다름 아닌 '사회'라고 절규한다. 소설 속의 '술 권하는 사회'처럼 2015년 10월 현재, 이 사회는 몹쓸 사회이며, 절망을 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쇼핑하러 나오는 여자를 납치해 불태워 죽인 한 남자, 6살 난 자신의 아이들 목 졸라 살해한 엄마, 절망의 초청에 폭력으로 분풀이 하는 사람들. 그래서 우리에게 더 이상 살 소망이란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 /이경남차장 knlee@pckworld.com

김해영 씨는 척추장애로 인해 키가 134센티미터 밖에 자라지 못했다.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정신질환, 돌보아야 할 동생이 넷. 그녀는 초등학교만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식모살이를 처지의 열네 살의 그녀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좌절과 절망을 권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내게 좌절을 권했지만 나는 희망을 찾고 싶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풀어가지 않고 의미 있게 다시 창조해 갔던 그녀는 세계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분 금메달을 땄으며, 14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봉사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명문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국제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녀는 국제사회복지사로 아프리카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게 '말 걸기'로 표현한다. 우리 각 자의 삶의 모양은 다 다를 것이다. 다른 사람처럼 잘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앞이 캄캄하여 도무지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는 것 같을 지라도 남은 우리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붙들고 끈질기게 '말 걸어' 보자. 김혜영 씨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에게 매맞고 자란 기억, 아버지의 죽음이 내겐 다이아몬드다. 거기에 빚을 지고 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그 상처와 아픔의 힘으로 내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좌절을 권하는 세상, 이것을 뒤엎으면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우리 모두에게 주기를 기다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공짜로 얻은 다이아몬드보다 깊은 고통 속에서 끌어올린 다이아몬드가 훨씬 더 값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이 과정을 '살 소망으로 가는 통로'라고 여길 수 있다면 말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다름 아닌 고통 속에서 끌어올린 값진 다이아몬드이다. 단순한 고통을 뛰어넘어 죽음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것이다. 십자가는 곧 '살 소망으로 가는 통로'이다. 십자가의 믿음을 가지고 술과 절망을 권하는 사회를 향하여 믿음 안에서 건져낸 희망으로 답하는 삶을 살아가자.

장보철 교수/부산장신대학교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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