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미래사회를 향하여 나아가자

[ 교단 ] 기독공보 창간 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영국와 독일, 한국의 상황에서 교회의 미래 진단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10월 09일(금) 10:25
▲ 본보와 장신대, OCMS가 주최하고 안양제일교회가 후원해 진행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앤디 하트로프 교수(영국 OCMS)와 헤닝 브로게만 교수(독일 부페탈 신학대학교), 박보경 교수(장신대)가 발제자로 나서 각기 다른 콘텍스트 속에서 살펴본 기독교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했다.

기독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기독교인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한국기독공보 창간 7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열린 '기독교, 미래사회를 향하여 말하다'에서는 앤디 하트로프 교수(영국 OCMS)와 헤닝 브로게만 교수(독일 부페탈 신학대학교), 박보경 교수(장신대)가 발제자로 나서 각기 다른 콘텍스트 속에서 살펴본 기독교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본보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옥스포드 선교대학원(OCMS)의 공동주최, 장신대 세계선교연구원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안양제일교회가 행사 전반을 전적으로 후원했다. 학술대회에는 본보 사장 천영호 장로와 장신대 김명용 총장, 옥스포드 선교대학원 원장 마원석 목사, 안양제일교회 홍성욱 목사를 비롯해 교수와 학생과 선교사,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경건회와 학술대회, 저녁 만찬까지 이어지며 성황을 이뤘다.

첫 발제자로 나선 앤디 하트로프(Andy Hartropp) 교수는 영국의 관점에서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의 도전에 대한 현실을 진단했다. 경제학 박사이면서 신학박사이고 영국 성공회 사제이기도한 앤디 하트로프 교수는 세속화(secularisation) 속에서의 물질주의(materialism)가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제했다. 서두에서 그는 "신앙적인 개념들과 제도들을 공적인 영역으로부터 분리시켜버리는 과정을 세속화"라고 규정하면서, "그 결과로 하나님과 기독교가 사람들의 사고와 삶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밝혔다.

영국적 상황을 통해 한국의 현실과 미래를 조명한 그는 "영국인들에게 기독교는 무의미하다.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대다수의 영국인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결국 나와 하나님을 분리해 버린 게 이유이며 이것이 세속화의 영향"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현실을 '교회를 향한 매우 심각한 도전'으로 본 앤디 하트로프 교수는 한국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교회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온 세속화의 도전에 대한 대응을 위해 앤드 하트로프 교수는 교회 안의 중간지도자들(stakeholders:이해당사자)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와 성도, 기독교인 CEO, 신학자, 기독교 경제학자들을 중간지도자들로 꼽고 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도록 교회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앤드 하트로프 교수가 이처럼 교회 안의 중간지도자들, 다시말해 이해당사자들 간의 협력을 통한 대안 모색을 제안한 이유는 세속화의 도전을 이기기 위해서 목회자나 평신도 신학자 등이 각기 다른 현장에서 별도의 대안을 모색해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제의 결론에서 그는 "영국에서 기독교 신앙이 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 지금은 발전된 경제상황이 기독교 신앙을 무너트리는 것을 보게 되는데 한국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상황을 비추어서 배우고 행동에 옮기며 해법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장신대를 3차례 방문해 한국의 교회 현실을 살펴본 바 있는 독일 부페탈 신학대학교 해닝 브로게만(Henning Wrogemann) 교수는 기독교 선교와 세계화 속에서의 경향과 도전 과제들을 짚었다. 그가 진단한 현제의 선교상황은 빈곤과 불충분한 의료혜택, HIV 바이러스와 에이즈, 물 부족, 부패, 악한 정권, 환경오염, 도시화, 대중매체 혁명, 세속화, 근본주의, 성과 관련되는 문제들이 공존하는 여러가지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 많은 도전들에 직면해서 하나의 분명한 선교신학을 정립하는 일이 필요한데 '세계적인 영광송으로서의 선교(mission as oikumenical doxology)'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독교 선교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데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닝 브로게만 교수는 "사람이 거주하는 세계 전체(oikoumene)라는 면과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면(doxology)이 좀 더 밀접하게 서로를 바로 잡아주고 그 뜻을 명확히 밝혀줄 수 있는데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포괄함으로써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널리 빛을 비추어주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일이 경계선을 넘어 이루어지는 일임을 보여준다"면서, "이것이 바로 선교적인 일이 되는 것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세계를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에 통합시켜면서 기독교 선교가 통전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해닝 브로게만 교수는 "현재 상황 속에서의 선교신학은 수많은 상황들과 도전들에 직면해 고도의 적응력과 통합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과업이 있는데 온 세상이 영광송을 부른다는 관점에서 선교를 이해하면 이런 과업을 성취시켜 나갈 수 있다고 봤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전적 의미에서의 선교가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에서 장신대 박보경 교수는 한국교회의 젠더 통합적 리더십 형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발제에서 박보경 교수는 교회 안 리더십의 수평적 구조 형성을 위해 '젠더 통합적 리더십'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박 교수는 교회 안에서 양성 간의 협력(여성과 남성이 협력을 맺는 리더십)의 정착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료(2014년 성별 격차 지수가 조사 대상 142개국 중 한국이 117위라는 조사결과)를 통해 한국사회, 더나아가 교회 안에서의 성차별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한 박보경 교수는 "한국사회가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허락되고 더 많은 교육의 기회가 제공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회는 성차별 문화가 심각하게 작용하고 여성들이 리더십의 영역으로 진출하려고 하면 성차별의 유리천장이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차별에도 여성들의 리더십을 다방면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한 박보경 교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채영남) 소속의 전정숙 목사(서광교회), 김재옥 목사(천안남부교회), 임숙재 목사(대곡교회) 등 3명의 여성 담임목회자들의 사례를 통해 여성의 공적 리더십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끝으로 젠더통합적 리더십 형성을 위해 박보경 교수는 △영적 리더로서 잠재력이 있는 여성 목회자 발굴 △여성 스스로의 리더십 역량의 증진 △자기연민과 수동성 극복 △바람직한 여성 리더십 모델 발굴 등 네가지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안양제일교회 홍성욱 목사의 인도로 드린 예배는 원덕윤 장로(안양제일교회)의 기도, 예장 총회 부총회장 이성희 목사(연동교회)의 '스마트시대의 언론' 제하의 설교, 본보 사장 천영호 장로의 환영사, 장신대 김명용 총장의 축사, 홍성욱 목사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설교에서 이성희 목사는 "기독공보가 한국교회가 힘들 때 적극적으로 고쳐나가고 이끌어 나가는 기관이 되어야지 점잖게 물러나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기관이어서는 안된다"면서, "기독공보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면서 여론을 이끌고 시대에 적응하는 신문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성희 목사는 "나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면 스마트 시대에는 퇴출 당할 뿐이다. 기독공보가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정보 제공뿐 아니라 감성적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해 기독정론지로서의 역할을 앞으로도 잘 감당해 달라"고 권면했다.

사장 천영호 장로는 환영사를 통해 "한국교회 대표언론인 기독공보가 내년 창간 70주년을 앞두고 국제학술대회를 갖게 된 것은 70주년을 넘어 100년을 바라보며 미래사회를 향하는 기독교의 과제들을 진단하는 데 좋은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 일을 위해 협력한 장신대와 OCMS를 비롯해 후원해 주신 안양제일교회에 큰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축사에서 김명용 총장은 "기독교의 미래를 진단하는 학술세미나를 통해 급변하는 사회와 환경 속에서 기독교의 예언자적 메시지를 공유하고 고민하며 미래사회에서의 기독교의 역할과 사명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도 기독공보와 함께 이같은 학술세미나를 공동주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미나 후 참석자들을 만찬에 초대한 자리에서 홍성욱 목사도 "언론사와 교회, 신학교들이 협력해 마련한 오늘의 학술대회가 무척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같은 학술세미나가 앞으로도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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