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만들기-일곱테제

[ 주필칼럼 ] 주필칼럼

이홍정 목사
2015년 10월 08일(목) 09:56

하나,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는 구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하나님의 백성공동체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로, 원심적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화해하게 하는 하나님의 복음선교에 참여한다.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로 구심적이며 동시에 원심적인 해석학적 실천의 순환 과정, 즉 메타노이아, 코이노니아, 선교와 디아코니아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공동체이다.
 
지역교회는 구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과 연합되어 회개(메타노이아)와 사랑의 친교와 일치(코이노니아)를 이루는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원심적으로 지금 여기 역사 속에서 '예전 이후의 예전', 즉 선교와 디아코니아를 통해 치유하고 화해하는 생명공동체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한다.
 
지역교회는 이 같은 선교적 해석학적 실천을 통해 "치유와 화해"의 복음을 실체화하므로, 생명을 얻고 풍성하게 하는 하나님의 생명망을 복원하고 강화시켜 나간다.
 
둘,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복음적 존재로 변화되어 선교해석학적 실천적 삶을 살아가는 선교공동체로,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선동)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존재로서의 삶을 통해 복음을 증언한다.
 
복음적 존재로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 가지 선교해석학적 실천적 차원, 즉 '복음의 (재)발견, 복음의 삶, 복음의 확산'을 내포한다. 이 세 차원은 지속가능한 지역교회성장을 위해 심층적 상호연관성을 지닌 성장의 삼박자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교회성장론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그 중심을 복음이 지닌 생명력과 생태적 운동성, 즉 신앙의 존재론적 양태로 이동한 것이다.
 
복음의 빛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믿음과 믿음의 성장을 선물로 받게 되고, 복음의 의미와 가치를 삶으로 살아내려는 사명을 강화하게 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존재로서의 삶 자체가 증언이 되어 복음의 확산을 가져온다. 빛처럼, 소금처럼, 바람처럼, 꽃의 향기처럼 존재 자체가 복음의 영향력을 세상 속에 드러내며 복음의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셋,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거룩한 세계성의 터 위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성육신적 선교공동체로, 냉전의식과 분파의식을 넘어 복음의 온전성과 총체성을 증언하는 샬롬 공동체이다.
 
세상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구속하시고 섭리하시는 거룩한 세상이요, 교회는 이 거룩한 세상의 표징이요 전거이다. 생명공동체로서 교회의 세상과의 소통은 성육신적 메시아적 소통으로, 세상을 향한 끝없는 개방성을 통해 만남의 사건을 일으키는, 치유와 화해를 위한 선교적 소통이다.
 
치유와 화해의 복음 선교는 냉전의식과 분파의식을 넘어 복음의 온전성과 총체성을 증언하는 성육신적 선교를 통해 가능하다. 한국교회는 한반도에 분단체제가 고착화 되어가는 과정을 학습하며, 냉전의식과 분파의식을 뼈 속 깊이 내재화한 이념적 분단구조를 그 내부에 지니고 있다.
 
민족공동체를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길로 이끄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먼저 교회 안에 있는 냉전의식과 분파의식을 치유하고 화해하므로, 복음의 총체성과 온전성을 증언하는 샬롬 공동체로서의 신앙적 신학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넷,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복음의 총체성과 온전성을 증언하고 실현하기 위해 영적-수직적, 사회적-수평적, 생태적-우주적 차원의 생명선교를 융합적으로 수행하는 선교공동체이다.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생명을 얻고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그 존재의 목표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총체적 생명자본의 풍성함을 가져오는, 에큐메니칼하게 지속가능한 지역교회와 지역사회의 성장을 위해, 지역에큐메니즘을 증진시켜야 한다. 영적-수직적 차원의 생명망 강화를 위하여 복음에 대한 온전하고 총체적인 이해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전인적으로 치유하고 화해케 해야 한다.
 
사회적-수평적 차원의 생명망 강화를 위하여 수평적 의사소통구조를 강화하고, 교회정치문화를 쇄신하며, 세대 간 유기적 상관성과 순환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평신도를 삶의 현장에 파송된 증인으로 선교 동력화해야 한다.
 
생태적-우주적 차원의 생명망 강화를 위하여 교회는 생태적 회심을 이룬 신앙공동체가 되어, 자연의 일부로 생태적 상호의존성을 자각하고 강화하면서, 자연의 청지기로 미래의 일곱 세대를 품에 안고 성장하는 과정에, 성서적 생태적 원리에 따라 교회와 사회의 구조를 재구성하고 변혁해나가야 한다.

 
다섯,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자기 비움과 상호의존성의 영성에 기초한 생명의 세계관으로 살아가며, 교회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백성공동체이다.
 
생태적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오늘 지구생명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붉은 경고등이 켜졌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자연과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무한 진보와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 빈곤의 세계화와 절대빈곤의 구조화와 기후변화 등 성장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경제와 생태가 지닌 상보적 의존성, 즉 경제와 생태의 상생관계가 지속가능성의 절대조건이라는 깊은 자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의 욕구충족능력을 손상시키거나 가능성을 제약하지 않고, 현재 우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성장을 계획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인류공멸의 위기라는 묵시적 상황은 해소되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 후쿠시마 이후 시대, 문명사적 전환을 요청받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의 순환이 지시하는 생태적 정의는 독점과 사유화가 아니라 자기 비움과 상호의존, 나눔과 돌봄을 동반하는 순환의 영성이며, 이것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제공하는 원리이다. 성서적 생명의 세계관으로의 전환 없이, 치유와 화해는 불가능하다.
 
교회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역시 개 교회나 교단중심주의라는 독점과 사유화를 넘어, 자기 비움과 상호의존성에 근거하여 '더불어, 함께'라는 공동체적 순환의 정의를 세울 때 가능하다. 지속가능하게 멀리 가려면 미래의 7세대를 생각하며 동반성장과 균형성장, 그래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여섯,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지역적이며 동시에 지구적인 에큐메니즘에 복무하는 선교공동체이다.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선물로 주신 '값비싼' 일치와 친교를 기반으로, 선교와 봉사를 통한 공동의 증언의 자리로 부름 받고 있다. 교회가 지닌 에큐메니칼한 본성은 교회공동체의 일치를 지시하는 협의적 차원(요17:21)과 우주적 생명공동체의 일치를 지시하는 광의적 차원(엡1:10)을 포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근거하여 교회공동체가 지니는 '값비싼' 일치와 친교, 그 자체가 세상을 향한 복음의 증언이 된다.
 
요한복음 17장 21절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공동체를 위한 기도는, 삼위일체이신 하나님 안에 있는 공동체적 일치를 드러내는 한편,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통해 주어진 '값비싼' 일치를 제자공동체의 일치를 통해 가시화하고, 신앙공동체의 '값비싼' 친교를 심화시켜 나갈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회공동체의 일치와 친교를 통해 증거 되는 공동의 복음의 증언을 통해, 지역교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비로소 담보된다는 것을 지시한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행동, 즉 선교의 지평은 전 우주적 생명공동체를 포괄한다. 바울은 에베소서 1장 10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전 인류공동체와 우주적 생명공동체의 일치를 이루는 치유와 화해의 선교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일치의 지평을 전 인류공동체와 우주적 생명공동체로 확대하고, 그리스도 안에 있는 예비적 종말론적 우주적 일치를 증언하면서, 교회의 일치가 하나님 안에 있는 인류공동체의 일치의 전거요 표징임을 지시한다.
 
지역교회는 교회생태계의 토대인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상관성, 즉 지역성을 속성으로 지닌다. 성만찬적 선교공동체로서의 지역교회는 지역사회의 생명망의 중요한 구심점으로, 전 삶의 영역에서 지역사회의 상관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교회는 지역이 세계와 맺는 유기적 상관성인 지구성을 속성으로 지닌다. 지역은 세계의 실체요, 지역교회는 세계교회의 실체이다. 지역과 세계의 유기적 상관성을 강화하면서,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고, 지역적으로 성찰하고 지구적으로 실천하는, 상호주체적이며 상호의존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일곱,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총체적인 생명자본의 성장을 위해 복무하는 생명경제공동체로, 치유되고 화해된 마을공동체의 건설, 즉 마을목회에 헌신하는 하나님의 선교공동체이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세계화가 가져오는 빈곤의 세계화와 절대빈곤의 구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는 먼저 경제적 자본논리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생명경제공동체로서의 교회는 나눔과 돌봄이라는 성서적 사회윤리의 실천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비롯한 총체적 생명자본의 증진에 힘써야 한다.
 
지역의 한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의 한 몸인 지역의 다른 교회들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역교회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마을공동체의 영적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정치적 윤리적 문화적 생태적 자본, 즉 총체적 생명자본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한 지역의 교회와 사회의 동반성장이 유기적으로 상관된 다른 지역의 교회와 사회의 성장을 유발하므로,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세계교회와 지구촌의 성장에 이바지해야 한다.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치유되고 화해된 마을공동체의 건설에 지역적으로 지구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오늘 교회는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목회'를 구상하고 실천하도록 부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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