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벽

[ 기자수첩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5년 10월 01일(목) 09:19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제100회 총회와 같은 기간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선 교단 내 여성들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의미 있는 결정이 있었다. 기장 양성평등위원회는 현행 7% 수준인 여성 총대의 증대안을 헌의해 총대 10인 이상 노회는 의무적으로 총대 10인당 여성 1인을 포함시키도록 하는 결의를 이끌어 냈다. 이번 예장 제100회 총회에 헌의됐던 '총대수 20인 이상 노회의 여성 목사, 장로 각 1인을 총대 선출안'을 5년 전인 제95회 총회에서 통과시켰던 기장 총회는 지난 제98회 총회에서 상임위원회과 특별위원회에 여성 위원을 1인 이상을 의무 공천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이번에 '여성 총대 10% 할당'이라는 강력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한 총회 폐회예배에서는 △교회 내 의사결정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 △여성 지도력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남여 목회자의 동등한 사역을 위한 제도적 지원 △신학교 등의 교육기관에서 성정의 관련 교육과정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하는 '성평등선언문'도 선포됐다. 이번 예장 제100회 총회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 청원이 논의도 없이 부결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80회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회에선 몇차례의 의미 있는 강연들이 진행됐다. 이중 셋째날 호남신대 오현선 교수의 강연에서 '평등함은 공정함까지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 주장의 속에는 평등은 하지만 공정하지는 않은 교회 현실을 꼬집고 있다. 오 교수의 강연에 따르면 공정한 것은 각 사람들에게 동일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일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건까지도 달리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20년 전 여성안수가 허락되면서 여성들도 안수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총대도 될 수 있게 됐고, 총회와 노회에서도 중책을 맡을 수 있게 됐다. 분명히 문은 열렸고 노력하면 변화가 일어날 조건은 갖춰졌다. 그러나 평등할 뿐 공정하다고 말하기 힘든 것이 현재 예장의 상황이다.

예장 총회에 총대와 방청단으로 참석했던 여성들은 매년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뛰어넘기 힘든, 아마도 강자만이 뛰어넘을 수 있는 이 벽 때문에 총회, 노회, 교회는 점점 더 강자 중심으로 고착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항상 총회 직전에 여성, 청년, 장애인 관련 안건과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한 사전대회를 열어 논의된 내용을 총회에 상정하도록 한다. 제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약자에 대한 차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벽까지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여성 총대 할당제 청원은 '우리 교단도 보이지 않는 벽까지 허물어 달라'는 여성들의 간절한 요청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은 보이는 것과의 싸움보다 힘들다. 내년 제101회 총회에선 남성 중심의 예장 총회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