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한함 속에 삶의 희망이 있다

[ 희망편지 ] 희망편지

장보철 교수
2015년 09월 16일(수) 14:49

그의 얼굴은 천진난만하였다. 이야기 도중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분위기는 매우 유쾌했다. 지난 8월 20일에 있었던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간암이 뇌로 전이됐다고 말하며, "어떤 일이 닥쳐오든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의대 신경학과 교수이자 저명한 의학자 올리버 색스. 그는 올해 2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을 솔직히 알렸다. "두려움이 없는 척하지 않겠다.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고마움이 나를 가장 사로잡는다"고 말했다. 희귀 신경질환 환자들의 힘겨운 삶과 특별한 재능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이야기했던 색스. 그가 마침내 지난 8월 30일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카터와 색스. 대통령이고 저명한 의학자이기에 앞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 지, 그리고 죽음까지도 포용하는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인간에 있어 진정한 희망이란 다름 아닌 죽음 앞에서도 놓지 않는 삶의 의지와 열정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11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 사망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인구 10만명 당 29.1명으로 회원국 평균 12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날로 힘들고 어려워져 가는 경제, 그로 인한 삭막한 인간관계, 성적과 물질 만능주의로 인한 아이들의 피폐한 사고방식, 실패와 좌절로 인해 막혀진 욕구에 대한 절망, 노년인구의 증가 등등. 그러나 그것들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끊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2003년 6월, 필자는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의 조그마한 시골의 호스피스에서 임상훈련을 받고 있었다. 곧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매일 방문하면서 필자는 모든 환자들의 머리맡에는 그들이 가장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죽어가는 현재의 모습과 사진 속의 과거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세상을 떠나야 할 필자의 미래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호스피스를 나오니 밝은 태양이 찬란했다.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떠올리며 오늘을 감사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 잘 감당하며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그 날의 기억을 품고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이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 세상의 문화와 가치관이 주는 달콤한 거짓 속삭임이다.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이 무한하시다. 성공과 인정 속에서 자신의 무한함을 확인하며 살아가려 하기보다, 약함과 실패 속에서 자신의 유한함과 하나님의 무한함을 깨닫는 감사로 살아가자. 나는 유한하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장보철 교수/부산장신대학교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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