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추수감사주일, 꼭 11월 셋째주일이어야 하나요?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9월 15일(화) 13:27
▲ 서울의 한 교회에서 추수감사예배 때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모습.

미국의 예배학자들이 가장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한국교회의  예배들  중  하나는 추수감사주일예배이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있으나 추수감사주일(Thanksgiving Sunday)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추석처럼 북미의 추수감사절도  주일이  아닌  주중의  가족  중심의  절기이며,  간혹  교회에서  감사예배가 드려지기도 하지만 공예배 시간은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주일로 지키는 11월 셋째주일은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드렸던 첫 수확에 대한 감사가 그동안 설교내용에서 거의 빠지지 않았기에, 그 날이 한국교회 추수감사주일의 기원으로 간주되어 그 날짜를 고수하려는 목소리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추수감사명절인 추석과 가까운 주일이나, 주식인 쌀의 추수 시기와 일치하는 때로 감사주일을 옮겨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었고, 이미 많은 교회들이 이것을 반영하며 10월 둘째주일에 감사예배를 드리고 있다. 어떤 교회들은 해마다 각 형편에 따라 임의로 정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 지역교회가 함께 하는 기독교 감사축제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예배 후에 지역사회에 곡식과 과일 등을 나누는 선교적 활동들에도 적지 않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비기독교인들은 진짜 추수감사주일이 언제이냐고 물으며 통일되지 않은 기독교 감사축제를 의아해하기도 한다.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는 미국의 추수감사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그 날짜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 아닌 자신들의 역사와 정황에 맞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정하였다. 유럽에도 기독교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나라들이 있는데 독일은 10월 초이다.
시기는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 중 하나는 주일이 아닌 평일에 감사예배를 드림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교회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월 셋째주일은 거의 항상 교회력의 끝인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 배치되는데, 한국교회에서는 추수감사주일에 묻혀 거의 존재감이 없다. 토착화는 물론 교회력 준수라는 차원에서도 한국의 추수감사주일의 날짜는 재고되어야 한다.

한편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주일을 세계교회에 영어로 소개한 주승중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교회 최초의 추수감사예배는 1901년 7월 21일이었다고 한다. 보리와 밀 수확에 대한 감사였는데, 여러 이유와 과정을 통해 지금의 11월 추수감사 절기가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다 한국적인 추수감사예배를 위해 한국교회들이 다시금 그 날짜와 문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만 한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토착화의 이슈를 넘어서 교회력의 회복과 선교적인 이유로 속히 다뤄져야 할 과제이다. 음력을 따르는 우리의 추석을 기준으로 할 때 많은 불편이 따를 수 있는 반면, 10월 중순이 한국의 일반적인 추수의 시기, 교회력, 목회력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절한 시기로 보인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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