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식으로서의 예배

[ 논단 ] 주간논단

주승중 목사
2015년 09월 09일(수) 09:53

예배를 뜻하는 단어들 가운데 '레이투르기아'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노동(ergon)과 백성(laos)의 합성어이다. 원래 이 단어는 고대 희랍에서 시나 국가의 전체 이익을 위하여 실시하는 공익사업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이 말이 예배와 관련하여 성경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믿음과 순종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섬김과 봉사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었다(롬 15:27, 행 13:2, 행 24:14). 즉, 이 단어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위탁하신 일을 행하여 세상을 섬기는 것이 일종의 예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배는 하나님을 위하여 인간들이 하는 봉사 내지는 노동(Service)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배를 영어로 'Service'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예배는 예배당 안에서의 예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가운데서 계속하여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예배는 행사나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 속에서 하나님의 은총에 응답하는 삶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를 하나의 의식이나 행사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삶 속에서는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살든, 교회의 예배에만 잘 참석하면 자신들의 삶이 온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세상 가운데서 마음대로 살다가 주일에 교회에 가서 예배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예배는 주일만이 아니라 매일 드리는 것이다. 즉, 예배는 생활 방식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예배는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절대로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한국교회의 교인들 가운데 '광주리 교인'들이 있다고 한다. 광주리가 물 속에 있을 때는 그 속에 물이 가득하지만, 물속에서 꺼내면 광주리 속의 물은 모두 빠져나간다. 이같이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릴 때에는 신앙이 충만한 것 같으나, 세상 속으로 나가면 도무지 신앙을 찾아 볼 수 없는 교인들이 많다. 신앙과 생활, 예배와 삶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있지 못하다면 하나님께 참된 예배를 드리고 있지 못한 것이다. 참된 예배 여부는 그리스도인들이 삶 전체를 통하여 하나님께 응답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예배는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믿음과 순종의 행위를 통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삶에서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하고 믿음으로 응답하는 일이 없으면 아무리 교회에서 예배를 경건하게 드린다 해도 그 예배는 열매가 없는 것이 된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거룩한 산 제사'를 드리는 예배는 그리스도인들이 전 생활을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드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예배당 안의 예배와 세상 속에서의 생활이 일치될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예배는 주일 예배 시간의 축도 후에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로마 천주교회에서 사용하는 미사(Mass)라는 용어는 예배의 마지막에 선언하는 'Ite Misa est'라는 말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여기에서의 예배는 이로써 마친다"는 뜻이다. 결국 이 말은 '교회 안에서의 예배는 이것으로 마치고, 이제는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세상을 향해 나가서 섬김으로 예배를 드리라'는 뜻이다. '세상 속에서 진정한 예배를 하나님께 드리라'는 뜻이다. 결국 진정한 예배는 예배당 안의 예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계속해서 행동으로 나타나고 연장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섬김을 받기 위해서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요, 섬기기 위해서, 그의 몸을 바쳐 많은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서 오셨다(막 10:45)"고 말씀하셨고,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이 세상에서 행하여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것(요 4:34)"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섬기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고, 주님의 뜻을 이 세상 가운데서 행하기 위하여 오셨다. 그리고 그 분은 그 뜻에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그럼으로 그 분은 하나님 아버지께 최고의 영광을 돌리셨다. 예배의 궁극적인 목적이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면 세상에서의 섬김과 순종의 삶은 결코 예배와 분리될 수 없다.
 
여기서 예배(worship)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 보자. 이 말은 'weorthscipe'에서 나온 말로 가치(worth)라는 말과 신분(ship)이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그러므로 이 말의 원뜻은 '존경과 존귀를 받을 가치가 있는 자'이다. '하나님께 최상의 가치를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예배는 여호와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며 그 분께 최상의 가치를 돌리며 그 분을 경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 분께만 최상의 가치를 돌리는 행위인 예배는 세상을 위한 봉사와 섬김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예수님처럼 세상을 향한 봉사와 죽기까지의 섬김이 없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배는 항상 이 세상의 생활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로 드려야 하고, 세상 속에서 섬기는 일은 곧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예배의 행위가 된다. 그것이 신자들이 하나님께 드릴 영적 예배이다.

주승중 목사
주안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