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아직 생소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9월 07일(월) 16:51
▲ 북미 한 교회 예배실의 스태인드글래스.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하고 있다.

교회력의 가장 마지막 주일이며, 그래서 교회력의 첫 시작인 대림주일들 바로 앞에 놓이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은 로마 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장로교와 기타 회중교회들, 그리고 감리교회 등에서 활발하게 기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개신교회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 교회력의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이다.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 처음으로 제정된 것은 1925년 교황 피우세 11세 때였으며, 1926년 10월 마지막 주일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역사적 흐름에 역행하는 듯 하는 '왕'이라는 상징어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20세기에 생겨난 이 새로운 교회력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1925년 당시, 이태리의 국무총리 무솔리니가 스스로 최고 통치자를 뜻하는 '두체'라는 칭호를 사용하며 파시즘을 강화하였고, 독일과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갔던 히틀러의 폭력 앞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떨고 있었을 때에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의 진정한 통치자임을 상기시키기 위해 제정한 것이었다. 예수님을 위해 살았던 모든 기독교인들을 기념하는 만성절(11월 1일)을 바로 앞둔 10월 마지막 주일에 기념하면서, 기독교인들의 최고 통치자는 예수 그리스도임을 상기시키고 믿음으로 살다간 자들을 본받아 그들도 끝까지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 2바티칸 예배개혁운동이 진행되면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고, 1970년에는 이 날의 종말론적 의의들이 더욱 강조되면서 '우주의 왕,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타이틀과 함께 교회력의 가장 마지막으로 재배치되었다. 이 세상 마지막 날에 왕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심판하러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것을 교회력의 끝에 배치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대림절 첫째와 둘째주일이 예수님의 재림을 고대하는 절기가 되도록 한 것이다. 즉 교회력은 그 시작과 끝이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속사적 구성을 대환영하면서 성공회, 루터교, 장로교, 감리교와 기타 많은 개신교회들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을 기념하며 공동성서정과에 포함시켰다. 한편 로마 가톨릭에 이러한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러시아 정교회인데, 정교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가시면류관을 쓰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 왕관을 쓰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해왔다. 현재 러시아 정교회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을 기념하고 있다.

이 날을 위한 교회력 색상은 흰색이며 황금색과 함께 써서 보다 장엄한 연출을 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일컫는 성경본문들이 이날에 읽히지만, 그 메시지들은 모두 세상의 권력자들과는 전혀 다른 왕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작은 자를 섬기는 임금(마 25:31-46), 세상 법정에서 잠잠하셨던 왕(요 18:33-37), 십자가 위에 달리신 유대인의 왕(눅 23:33-43)). 세상 권력 앞에서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 땅의 순례자들에게 큰 힘과 소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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