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출판 문화 한눈에 … 가족 중심 아동도서 시장 주목

[ 문화 ] 전 세계 78개국 2,162개 출판사 참가 … 한국, 전자출판 해외수출에 박차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9월 01일(화) 13:56
   
 

 【베이징=최은숙 차장】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볼로냐 아동도서전, 런던 도서전과 함께 세계 4대 국제도서전으로 손꼽히는 베이징국제도서전(The Beijing International Book Fair)이 지난 26일 중국국제전란중심 신관에서 개막해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지난해 중국 출판시장의 규모는 187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시장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면서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출판시장이 중국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올해 22회를 맞는 베이징국제도서전도 큰 관심 속에서 출발했다.

이에 발맞춰 도서전을 주최한 중국도서진출구(집단)총공사는 전시장을 지난해 5만 3600㎡에서 6만 6000㎡ 규모로 확장하고 총 5개의 홀로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78개국 2162개의 출판사가 2291부스를 설치했으며 저작권 센터, 특별전, 이벤트 홀 등이 마련됐다. 이 가운데 1만 4100㎡ 규모의 전시장에는 중국 국내 참가사의 서적으로만 꾸며져 대륙의 스케일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도서전은 세계적으로 모바일과 SNS 등으로 독서인구가 감소하고 종이책 시장이 감소하면서 전자출판이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서적에 관심이 높았다. 중국의 높은 교육열이 반영되듯 영미권에서도 문학이나 인문사회 분야보다는 교육계열 출판사들이 어학을 활용한 실용도서 위주의 부스가 마련했으며 부스 내 미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전자출판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전자출판 기업들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이재호)은 행사 3일째 날인 28일까지 1500여 명이 전자출판관을 찾았으며 이 가운데 600여 명이 기술ㆍ콘텐츠 수입관련 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전자출판은 단순 배치와 재생을 넘어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인터랙티브'기능을 제공한다는 점과 특히 교육열이 뜨거운 중국에서 교육콘텐츠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중국은 특히 아동도서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어린이 도서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특이한 점은 최근 가족의 다양화 된 모습을 담은 책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이혼, 재혼, 입양, 싱글맘 등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방법을 제안한다. 반면 '악마'를 소재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팝업북이 3D 기술과 어우러져 어린이 도서로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꽤 정교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진 기술에 감탄하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약 1000㎡ 규모로 주빈국관을 마련하고 자국의 신ㆍ구간 도서와 일러스트 작품 전시를 비롯해 전통 무용 공연, 아랍 전통 복장 전시 등 아랍 특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도서전 내 기도실이 설치됐다. 도서전에 동행한 김용호 대표(나침반출판사)는 "해마다 도서전을 방문했지만 기도실을 본 적은 처음이다"면서 "종파를 떠나 누구나 기도할 수 있는 장소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한국은 342㎡ 규모의 한국관을 마련하고 1500여 권의 도서를 전시했다. 교원, 길벗, 넥서스, 미래엔, 사계절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창비 등을 비롯한 국내 출판사 및 저작권 에이전시 27개사가 참가해 국내 출판 콘텐츠 저작권을 수출하는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기독교계 출판사로는 쿰란출판사(대표:이형규)가 유일하게 참가했다.

한국 그림책의 본격적인 홍보를 위해 '한국 그림책 전시관'을 마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그림책 49종(49 Korean Picture books with International Acclaim)'을 주제로 소개했다. 2015 볼로냐 아동도서전 등에서 볼로냐가치상을 석권한 담(지경애) 외에도 역대 수상도서 등 49종을 소개한 이 전시관은 중국에서 큰 호응을 끌어내며 10여 종의 계약 상담이 본격적으로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번 도서전에는 어학과 어린이 도서에 관심이 높은 만큼 섬세한 감정표현과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이 주목을 받았다. 한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중국저작권팀 박애란 팀장도 "주제별로 문의가 많다. 반응이 뜨겁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용호 대표도 "어린이 관련 부스에는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고 덧붙였다.

세계 4대 도서전으로 주목받는 베이징국제도서전은 해마다 국내출판사와 국내작가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비해 해외 출판사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져 세계의 출판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국제도서전'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출판 상담과 계약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문화적 볼거리와 이벤트는 거의 찾을 수 없었고 국제도서전이라는 위상에 맞지 않게 전시장 내 음식물 반입이 '유난히' 자유로워 음식물 냄새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게 했지만 책 할인이 없어도 굳이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아도 전 세계의 출판시장이 중국의 출판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이 한국책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데 안주하지 말고, 아동도서와 실용서 위주의 수출에서 문학 분야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대한출판협회 고영수 회장의 말처럼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홍보, 출판 콘텐츠의 차별화를 통해 '출판 한류'의 위상을 지켜나가야 할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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