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의 현실

[ NGO칼럼 ] NGO칼럼

곽희주 목사
2015년 08월 31일(월) 16:59

국제 결혼하여 맺어진 다문화가정들을 보면 겉보기에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게 잘 살 것 같은 기대감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상주시에 있는 다문화가정들을 보면 약 60% 정도는 비교적 건실하게 살아가지만 나머지 40%는 이미 힘들어졌거나 또 위기 가운데 있다. 여기에는 물론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남편의 문제인데, 한국인 남편의 국제결혼 목적은 외국 여성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건강하고 건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거나 농사를 짓고 살아간다면 그 가정은 그나마 튼튼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많다. 필자 주위에도 신실한 총각이 베트남여성을 배우자로 맞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문제는 남편에게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거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게 되면 그야말로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게 된다. 물론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지만 남편의 생활능력이 부족하거나 술과 컴퓨터게임에 집착하여 가정을 정상으로 이끌 수 없어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장밋빛 꿈을 안고 한국에 들어온 여성들의 꿈은 산산 조각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한국남편이 건강하고 신실하여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가정은 그래도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둘째는 여성의 문제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던 여성들이 왜 한국으로 들어오려고 하는가? 무엇보다도 한류(韓流)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TV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을 보면 마치 유토피아를 연상하게 된단다. 한국에만 가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마치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올 것으로 착각하게 되어 한국인 남성들과 국제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렇게 결혼하여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의 결혼비용은 빌려서 지불하고 한국에 오게 되는데, 남편과의 행복한 결혼도 중요하지만 우선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친정 부모들이 빚 때문에 견딜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여 한국어를 배우는 것보다도 일할 곳을 먼저 찾아다니게 된다. 그러니 결혼이주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선 돈을 빨리 벌어 친정에 보내야만 친정을 가난으로부터 자유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어떤 가장은 매월 정기적으로 외국에 있는 처가에 돈을 부쳐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남편의 허락 하에 직장생활을 하여 월급의 일부를 친정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남성과 동남아시아에서 시집온 여성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목적과 이유로 결혼하게 되는데 이러한 가정들이 든든히 서 가려면 적어도 20~30년 단위의 중장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해 봄이 좋을 듯한데, 국가차원의 다문화가족들에 대한 지원이 서서히 줄고 있어 안타깝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시부모의 역할이다. 동남아시아에는 시집살이나 시부모를 모시고 함께 산다고 하는 개념자체가 없다. 그런데 한국은 조금 다르다. 자녀가 결혼하면 그것이 국제결혼이든 한국 내 결혼이든 빨리 분가시켜 독립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데서 많은 문제들이 일어난다. 결혼이주여성을 며느리로 맞이한 시어머니는 자녀의 행복을 원한다면 한 시라도 빨리 분가시켜 독립하게 해 주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국제결혼가정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까지 꽃이 피지도 않았고 열매 맺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앞으로 우리 한국사회에 어떤 다문화가정이라는 꽃이 피게 되려는지 혹은 어떤 열매가 맺히게 되려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염려와 걱정, 두려움이 함께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곽희주 목사 /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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